'MVP 2표' 이대호, 그래도 싱글벙글 '왜?'

[권기범기자] 정규시즌 MVP의 주인공이 탄생했다. 윤석민(KIA)이다. 7일 오후 서울 코엑스 인터컨티넨탈 호텔에서 열린 '2011 MVP 및 최우수 신인선수 시상식'에서 윤석민은 기자단 참여투표 91표 가운데 62표를 얻어 68%의 지지율로 수상의 기쁨을 안았다. 뿐만 아니라 윤석민은 다승, 평균자책점, 탈삼진, 승률에서 4관왕까지 올랐으니 이날 시상식을 접수했다고 평가해도 무방하다.

이 와중에 롯데 구단과 이대호(롯데)의 태도가 눈길을 끌었다. MVP 투표 결과, 나머지 후보 가운데 삼성 오승환과 최형우는 각각 19표, 8표를 차지했지만, 이대호는 단 2표를 얻는데 그쳤다. 하지만 이들은 아쉬움 없이 회장을 빠져나갔다.

이대호와 롯데 구단은 진작에 MVP 욕심을 버렸다. 어차피 이대호는 지난해 7관왕의 위업을 달성하면서 MVP를 수상한 경험이 있다. 게다가 올해 이대호는 타율, 안타, 출루율 3관왕에 오르긴 했지만 지난해만큼의 성적은 아닌 탓에 일찌감치 마음을 비울 수 밖에 없었다. 또 '홈런왕'을 최형우에게 빼앗긴 것도 자신감을 잃게 만들었다.

실제로 이대호는 시상식 전 "MVP 생각이 없다"고 언급하면서 마음을 비운채 결과를 지켜봤다. 91표 중 단 2표에 그쳤지만, 이대호는 여유를 보이면서 기분 나쁜 내색없이 행사장을 빠져나갔다. 롯데 관계자도 "2표 밖에가 아니라 2표나 얻었다"며 미련없이 웃었다.

롯데의 이런 반응은 삼성의 상황과도 관련이 없지 않다. 삼성은 오승환의 사퇴 발언 후 오히려 기자단의 표심을 잃었다. 일각에서는 정치판을 연상시키는 사퇴 보도자료로 인해 오승환의 표가 최형우로 가지 않고 오히려 윤석민으로 옮겨갔다는 평가까지 나왔다.

결과적으로 삼성은 '꼼수'를 부리다가 정작 중요한 MVP 시상식장에서 수모 아닌 수모를 당한 셈이다. 오승환과 최형우는 곧바로 행사장을 빠져나갔다.

롯데가 오히려 단 2표라도 '괜찮다'는 반응을 내비칠 수 있는 이유다. 최저득표지만 마음을 비운 이대호에게 득표율 2.2%는 자존심 상할 부분이 전혀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