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숙기자] 은퇴 기로에 섰던 박재홍(SK)은 말을 아꼈다. "어차피 지난 일이다. 내년에 더 좋은 성적으로 보여주면 된다." 그는 다시 몸만들기에 열중하고 있다고 했다.
박재홍과 SK는 최근 홍역을 치렀다. 선수 은퇴에 관한 일이었다. 시즌 종료 후 구단은 박재홍에게 은퇴를 권유했다. 최근 2년 성적이 좋지 않았다. 경기 출전 기회도 줄었고, 데뷔 이후 처음으로 타율이 2할5푼 이하로 떨어졌다. 그는 "야구 못한 내 잘못"이라고 한숨을 쉬었다.
구단의 판단과는 달리 그는 다시 일어설 자신이 있었다. 박재홍은 코치 연수 제안을 고사하고 선수 생활 연장을 택했다. 구단에서는 "뜻이 그렇다면 (자유계약선수로) 풀어주겠다"는 의사를 전해왔다.
그러나 방출 선수 명단 발표 전인 22일 치른 2차 드래프트서 박재홍은 타 구단의 선택을 받지 못했다. 대신 지난해 이적해온 최동수가 다시 LG로 돌아갔다. SK로서는 FA 보상선수에 이어 오른손 대타까지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리고 박재홍은 보류선수 신청 마감일인 25일 구단으로부터 "명단에 추가됐다"는 연락을 받았다. 다음 시즌 재계약 대상자에 포함됐다는 의미다. 물론 FA 보상선수로 타 구단 유니폼을 입을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이틀이 지났다. 박재홍은 "구단으로부터 은퇴 권유를 받고 마음의 준비를 했다. 그런데 다시 철회한다는 뜻을 밝혀왔다. 나도 팀을 다시 옮긴다는 것은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팬들도 있고. 고민 끝에 좋은 쪽으로 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그는 "서운했던 것은 사실이다"고 말했다. 1996년 현대서 데뷔해 14년 동안 줄곧 2할5푼 이상의 타율을 기록해왔다. 베테랑다운 노련한 플레이와 파괴력은 이미 검증된 선수다. 그러나 최근 2년 성적이 그의 자리를 위협해왔다. 지난해 82경기에 출전해 타율 2할2푼(191타수 42안타)을 기록한 박재홍은 올 시즌 더 줄어든 74경기서 타율 1할8푼6리(161타수 30안타)에 그쳤다.
선수에게 은퇴란 단어는 매우 큰 충격으로 다가간다. 박재홍 역시 최근 자신을 둘러싼 잡음들로 인해 골머리를 앓아왔다. 보류선수 명단에 포함되면서 사태를 일단락지은 박재홍은 "이제 운동에 전념하고 싶다. 모든 것을 훌훌 털어버리고 다음 시즌 준비에 열중하겠다"고 다짐했다. 우여곡절 끝에 팀에 잔류하게 된 박재홍은 "아직 연봉 계약 등 많은 일들이 남아있다. 서로 좋은 방향으로 해결했으면 좋겠다"면서 협상 의지를 보였다.
그는 또 "선수는 실력으로 보여주면 된다. 당연한거다"면서 "몸상태는 좋다. 시즌 막바지에 당한 어깨부상도 전혀 문제 없다. SK가 다시 명문 구단이 될 수 있도록 선배로서 잘 이끌고 싶다"고 덧붙였다.
새로운 시작을 다짐하는 박재홍이 힘차게 기지개를 켰다.
조이뉴스24 한상숙기자 sky@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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