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의기자] 한국시리즈 우승을 위해서는 어떤 조건이 갖춰져야 할까. 보통 전문가들은 다섯 가지 조건을 제시한다. ▲15승 이상을 책임져줄 선발 에이스 ▲30홈런과 100타점이 가능한 중심타자 ▲경기를 확실히 매조지할 마무리 투수 ▲도루 능력을 갖춘 톱타자 ▲경기를 조율할 믿음직한 안방마님 등이 바로 그것이다.
올 시즌 한화는 위의 다섯 가지 조건 가운데 세 가지를 갖췄다. '국민 에이스' 류현진이 건재하고 용병 마무리 바티스타와 재계약에 성공했다. 일본에 가 있던 '4번타자' 김태균도 복귀시켰다. 때문에 최약체라는 평가를 받았던 지난해와는 달리 4강 후보라는 수식어가 따라붙게 됐다.
우승에 도전하기 위해 남은 두 가지 조건은 톱타자와 안방마님이다. 지난해까지 한화의 주전 톱타자는 강동우, 안방마님은 신경현이었는데 이는 올 시즌에도 크게 달라지지 않을 전망이다. 강동우는 1974년생, 신경현은 1975년생이다. 지난해까지 노익장을 발휘하며 쏠쏠한 활약을 펼쳤지만 노쇠화에 따른 한계도 드러났다.
강동우는 지난해 타율 2할8푼8리 13홈런 51타점 83득점을 기록했다. 133경기에 모두 출장하며 최고령 전경기 출장 기록을 세우기도 했고, 득점 부문 3위에 오르기도 했다. 톱타자로서 준수한 성적이다. 그러나 출루 시 상대 배터리를 흔들 수 있는 도루 능력이 아쉬웠다.
강동우는 지난해 총 17개의 도루를 성공시켰다. 그러나 도루자가 15개나 됐다. 성공률이 53%에 불과하다. 지난 2009년부터 기록한 도루는 27개-14개-17개로 하락 추세이고, 도루 성공률 역시 90%-70%-53%로 점점 떨어지고 있다. 타격과 수비에서는 특유의 야구 센스로 극복하고 있지만 주루에서는 나이를 속일 수 없는 모습이다.
신경현은 지난해 103경기에 출장해 타율 2할6푼6리를 기록했다. 시즌 초반 1할대 타율에 머물며 고전했으나 서서히 페이스를 되찾아 타율을 끌어올렸다. 그러나 수비에서는 블로킹이나 도루저지 등에 약점을 노출하기도 했다. 무릎이 안 좋은 탓도 있었지만 신경현 역시 30대 후반에 들어선 나이를 어찌할 수 없었다.
올 시즌에도 강동우와 신경현은 주전으로 중용될 전망이다. 강동우는 지난해만큼의 활약을 보여준다면 주전으로 쓰지 않을 이유가 없다. 도루 능력이 떨어지기는 하지만 이는 다른 장점으로 극복할 수 있다.
신경현 역시 마찬가지다. 특히 신경현의 경우 대체할 자원이 마땅치 않다. 지난해까지 백업포수로 뛰었던 이희근이 상무에 입대했고, 나머지 젊은 포수들의 경우 아직 기량이 성장하지 못했다. 2차 드래프트를 통해 두산에서 영입한 최승환이 신경현의 뒤를 받칠 것으로 보인다.
결국 강동우와 신경현의 역할이 중요해졌다. 강동우는 김태균-최진행으로 이어지는 중심타선 앞에서 밥상을 차려야 하고, 신경현은 전체적으로 안정된 투수진을 이끌어야 한다. 4강을 넘어 우승까지 바라보기 위해서는 톱타자 강동우, 안방마님 신경현의 활약이 필수다.
한대화 감독은 "확실한 에이스(류현진)와 4번타자(김태균)가 있기 때문에 4강에만 올라간다면 일을 낼 것 같다"고 말했다. 우승에 도전해볼 수 있는 전력이라는 것을 우회적으로 인정한 것이다. 에이스와 4번타자가 갖춰진 한화. 이제는 확실한 톱타자와 안방마님이라는, 우승을 위한 나머지 퍼즐을 잘 맞추는 일만 남았다.
조이뉴스24 정명의기자 doctorj@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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