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의기자] "아니래요, 황당해 하던데요?"
LG 트윈스의 오키나와 스프링캠프에 때 아닌 '경기조작' 파문이 번졌다. LG의 구단명은 이미 언론을 통해 공개된 상황이었고 심지어 일부 선수들의 이름까지 거론됐다.
큰 파문이 일었던 15일은 마침 캠프의 휴식일이었다. 평소같았으면 기분 전환 차원에서 외출을 했을 선수들은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감지하고 대부분 숙소에 머물며 추이를 살폈다.
선수들은 의심을 받고 있던 A선수에 대해 "(경기조작에 가담한 것이) 아니라더라. 오히려 황당해하고 있다"며 외부의 의혹 어린 시선을 일축했다. 그러나 한국으로부터 전해진 뜨거운 관심에 동요하지 않을 수는 없었다.
구단 운영 실무를 책임지고 있는 백순길 단장도 오키나와로 날아들었다. 이미 예정된 일정이었지만 사태를 파악하기 위해 발걸음이 바빠졌다. 현장에 나와 있는 프런트 역시 계속해서 울려대는 전화벨 소리에 분주해졌다.
이날 오전 김기태 감독의 목소리에도 힘이 빠져 있었다.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확실한 것이냐"고 오히려 되묻기도 했다. 만약 휴식일이 아니었다면 정상적인 훈련이 불가능했을 정도로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김 감독이 "그나마 휴식일인 것이 다행"이라고 할 정도였다.
백 단장은 서둘러 의심을 받고 있던 A선수와 면담을 진행했다. 다행히 A선수는 "내가 왜 구설수에 오르는지 모르겠다"며 "안심해도 된다. 있을 수 없는 일이다"라고 강하게 의혹을 부정했다.
결백이 드러나자 LG는 공식 입장을 담은 보도자료를 통해 사태 진화에 나섰다. 구단은 "이번 사안이 프로야구와 LG 트윈스에 대단히 중요한 문제라고 판단했다"며 "선수들과의 심도 있는 면담 결과 사실무근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하루종일 불안해 하던 LG 팬들도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A선수가 선수단 전력의 중요한 한 축을 담당하고 있기에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올 시즌 운용에 큰 타격을 받을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구단 측은 프로배구 승부조작을 수사하고 있는 대구지방 검찰청으로부터 "(경기 조작에 대한) 정황이 없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로써 사태는 수습 국면으로 접어들게 됐다. 그러나 아직 남아 있는 불씨에 대해서는 "먄악 검찰 조사가 진행된다면 적극적으로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LG는 예정대로 16일 야쿠르트와 연습 경기를 진행한다. 뜨겁게 달아올랐던 선수단 분위기가 차갑게 식어버린 상황이다. 김 감독은 "선수들이 힘들 것"이라며 "어린 선수들이 빨리 떨쳐내고 일어서길 바란다"고 선수들을 격려했다.
LG의 오키나와 스프링캠프는 이렇게 긴박한 하루를 보냈다. 다음달 10일 귀국까지는 아직도 많은 시간이 남았다. 한바탕 홍역을 치른 LG 선수단은 다시 힘차게 뛰기 위해 스파이크 끈을 동여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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