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숙기자] 넥센 4번 타자 박병호의 또 다른 고민, 1루 수비다.
박병호는 넥센 이적 후 꾸준히 4번 1루수를 맡고 있다. 23일까지 박병호의 시범경기 성적은 타율 1할6푼7리(12타수 2안타). 아직 거포의 힘은 보여주지 못했지만 앞뒤로 포진된 이택근과 강정호 덕분에 부담감은 훨씬 줄었다. 박병호는 "마음에 맞는 선수들이 중심 타선에 있으니 한결 편하다"고 말했다.
재미있는 일화도 있다. 22일 목동 삼성전에서 2-2로 맞선 9회말 강정호가 삼성 임진우로부터 중월 솔로포를 터뜨려 끝내기 승리를 거둔 날이다.
1-2로 뒤지던 삼성이 9회초 한 점을 추가해 동점이 됐다. 넥센이 9회말 점수를 못 낸다면 연장전에 돌입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9회말 3번 이택근부터 박병호-강정호로 이어지는 중심 타선이 대기하고 있었다. 덕아웃에서 이택근이 "셋 중 하나가 치자!"고 외쳤고, 이택근과 박병호가 모두 범타로 물러난 뒤 막내 강정호가 경기를 끝내는 홈런을 터뜨린 것이다. 박병호는 "강정호가 정말 쳤다"면서 기뻐했다.
지난 시즌 넥센에서는 강정호마저 부진을 거듭하면서 이적생 박병호에게 쏠린 관심이 커졌다. 해결사 역할을 해줄 선수는 박병호가 유일했다. 그러나 올 시즌은 다르다. 이택근 영입으로 타선의 중심이 잡혔고, 강정호도 제 컨디션을 찾았다. 박병호는 "언제든 해줄 수 있는 선수들이다. 나는 아직 풀타임 경험이 없지만 두 선수는 다르지 않나. 부담감이 훨씬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덕분에 이제 수비에도 눈을 돌릴 수 있게 됐다. 박병호가 맡은 1루는 포수 다음으로 공을 가장 많이 받아내는 곳이다.
박병호의 마음을 불편하게 하는 실책도 있었다. 20일 목동 KIA전서 팀이 0-3으로 뒤진 4회초 1사 후 김원섭이 투수 옆으로 빠지는 강습타구로 출루에 성공했고, 2루 도루를 시도하는 과정에서 1루수 박병호의 송구가 2루수 뒤로 빠져 1사 2루가 됐다. 다행히 김상훈과 이현곤이 뜬공으로 물러나 실점은 없었지만 팀 분위기는 가라앉았다. 이날 넥센은 KIA에 0-3으로 패했다.
박병호는 "실수가 한 번씩 나오다 보니 자신감이 많이 떨어졌다. 다른 선수들에게 불안감을 주는 것 같아 미안하다. 1루수가 안정적으로 공을 잡아야 편안하게 던질 텐데…"라면서 걱정했다.
이 때문에 박병호는 최근 기본 훈련 외에 따로 수비 연습을 하고 있다. 그는 "감독님도 실수를 줄여 1점을 덜 주는 것을 원하시는데, 연습경기에 이어 시범경기에서도 수비 실책이 나왔다. 시즌을 앞두고 보완해야 할 부분"이라고 짚었다.
야구의 기본은 수비다. 야수가 안정돼야 투수도 마음 놓고 자신의 공을 뿌릴 수 있다. 타순의 앞뒤를 받치고 있는 이택근-강정호 덕분에 방망이 부담을 덜게 된 박병호는 이제 완벽한 1루수를 노리고 있다.
조이뉴스24 한상숙기자 sky@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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