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의기자] LG 트윈스의 용병 마무리투수 리즈가 세이브 1위를 달리고 있는 상황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리즈가 15일 잠실 KIA전에서 시즌 3세이브 째를 따내며 이 부문 단독 선두로 올라섰다. LG는 이날 경기에서 5-3 승리를 거두고 4승3패를 기록, 리그 3위에 오르며 시즌 초반 상승세를 이어나갔다.
리즈의 마무리 전향은 LG 김기태 감독의 야심작이다. 뒷문이 약한 팀 체질을 개선하기 위해 지난해 선발로 11승(13패)을 거뒀던 리즈를 마무리로 돌렸다. 선발진의 공백이 예상됐지만 김 감독은 "뒷문이 튼튼해야 전체적인 팀 전력이 안정된다"며 과감한 결단을 내렸다.
세이브 숫자만 놓고 보면 김 감독의 판단은 일단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리즈는 팀의 4승 가운데 3승을 지켜내며 세이브 1위를 달리고 있다. 그러나 내용을 들여다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리즈는 세이브를 거둔 3경기를 포함해 총 4경기에 등판해 3.1이닝 3피안타 5볼넷 5실점을 기록했다. 평균자책점은 무려 13.50에 이른다. 경기가 거듭될수록 낮아질테지만 믿음직한 마무리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높은 평균자책점이다.
첫 등판에서는 깔끔하게 세이브를 따냈다. 7일 열린 삼성과의 개막전에서는 6-3으로 앞서던 9회말 등판해 삼자범퇴로 이닝을 마무리했다. 그러나 다음날 8일 경기에서는 3-0으로 앞서던 9회말 마운드에 올라 볼넷과 안타를 각각 1개씩 내주며 2실점, 진땀나는 세이브를 따냈다.
다음 등판에서는 진기록을 세우며 LG 팬들의 억장을 무너뜨렸다. 13일 열린 잠실 KIA전에서 5-5로 맞서던 연장 11회초 등판해 1사 후 무려 16개의 볼을 연속으로 던지는 등 밀어내기를 포함 4연속 볼넷으로 3실점하며 패전투수가 된 것. 마무리 경험이 없는 리즈의 약점이 고스란히 드러난 경기였다.
이틀 뒤인 15일 잠실 KIA전에는 다시 1피안타 무실점으로 팀의 5-3 승리를 지켜냈다. 마치 롤러코스터를 타는 듯한 행보다. 호투와 부진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 마무리로서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은 당연지사다.
김기태 감독 역시 리즈가 완벽한 마무리의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고 기대한 것은 아니다. 리즈가 그동안 마무리 경험이 없다는 사실도 잘 알고 있다. 김 감독은 "리즈가 몇 번의 블론세이브를 기록할 것이라고 각오하고 있었다"고 말한다. 한두 번의 부진으로 '마무리 투수' 리즈에 대한 평가를 내리기에는 시기상조라는 이야기다.
중요한 것은 LG가 리즈에게 꾸준히 세이브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는 점이다. 리즈가 연속 볼넷을 허용한 13일 KIA전도 경기 후반까지 5-5로 팽팽히 버텼기 때문에 리즈가 마운드에 설 수 있었다. 불안하긴 하지만 리즈도 아직까지 블론세이브 없이 착실히 세이브를 수확하고 있다. 세 차례 세이브 상황에서 등판해 동점 또는 역전을 내준 적은 없다.
리즈에게 세이브 기회가 주어진다는 것은 LG 불펜진의 활약과도 무관치 않다. LG는 유원상, 류택현, 한희, 우규민 등 불펜의 필승조가 비교적 든든히 경기 중반을 책임져주고 있다. 덕분에 리즈는 아직까지 단 한 번도 1점 차의 박빙의 리드 상황에서 등판한 적이 없다.
세이브에는 필연적으로 팀 승리가 동반된다. 아직은 불안하지만 리즈가 세이브 1위에 올랐다는 것은 그만큼 LG의 전력이 만만치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리즈가 적응을 마쳐 든든한 마무리로 거듭난다면 LG의 전력은 더욱 단단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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