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K리그에서 포항 스틸러스는 전남 드래곤즈, 울산 현대와 더블어 유스팀에서 인재가 펑펑 터져 나오는 구단이다. 포항 주축 선수들의 절반 가까이가 포항동초-포철중-포철공고로 이어지는 유스시스템 중 한 곳을 꼭 거쳤다.
36명의 선수단 중 포철공고 졸업생은 무려 12명이다. 골키퍼 신화용과 송동진부터 황진성, 신광훈, 김대호 등 각 포지션에 걸쳐 있다. 이들로만 한 팀을 만들어 경기를 치러도 될 만큼 포항의 유스시스템은 확실히 정착했다.
그런 포항의 유스시스템 결과로 올해 또 하나의 원석을 발견했다. 중앙 미드필더 이명주(22)의 발견이다. 이명주는 지난 22일 전북 현대와의 K리그 9라운드에 출전해 세트피스의 키커로 나서는 등 팀의 1-0 승리에 숨은 공신 역할을 해냈다.
이명주는 포철공고를 거쳐 영남대 2학년 재학 중 포항의 우선지명으로 입단했다. 2008년 수능시험을 다 치르고 나가다 전원을 꺼놓고 가방에 넣어뒀던 휴대폰이 금속 탐지기에 발견돼 부정 행위자로 무효처리가 되는 아픔을 겪기도 했다.
2009년 영남대에서 출전 없이 훈련만 했던 연습생 신분으로 버틴 뒤 2010 학번으로 입학해야 했던 그는 축구 인생에 첫 번째 만난 고난을 묵묵히 버텨냈다. 그런 그를 포항은 놓치지 않고 불러들였다.
마침 운도 따랐다. 주축 미드필더 김재성이 상주 상무에 입대하면서 미드필드에 빈자리가 생겼다. 이아니스 지쿠가 처진 공격수를 소화하고 있지만 느린 스피드로 공격 전개 과정이 신통치 않았다. K3리그에서 병역 의무를 하고 돌아온 황지수나 김태수도 비슷한 약점이 있었다.
이명주는 지난 8일 성남 일화전에서 데뷔전을 치러 1도움을 기록하며 2-0 승리에 일조했다. 더블스쿼드로 시즌을 운용중인 황선홍 감독의 얼굴을 펴게 하는 활약이었다.
스피드는 물론 투쟁심까지 갖췄다. 킥력도 좋고 너른 시야도 갖추고 있어 이타적인 플레이에 능하다. 포철공고 시절 중앙 수비수를 봤고 영남대에서 미드필드를 소화해 포지션 적응 능력도 뛰어나다.
황선홍 감독은 전북전 후 "(상무에 입대한 김재성의) 대체자를 찾았다고 생각한다. 신인답지 않게 우리 미드필더들에게 없는 장점이 있다. 앞으로 중용할 생각"이라며 만족스러워했다.
정작 이명주는 담담했다. 세 번째 선발 출전이라 그랬는지 그는 "크게 긴장하지 않고 열심히 했다. 대학교 때 프로팀과 연습경기를 해봤고 TV로 많이 봐서 그렇게 떨리진 않았다"라고 말했다.
김재성의 대체자라는 황 감독의 평가에 대해서는 "감독님이 보시기에는 부족할 수도 있다. 처음에는 많이 힘들었는데 기회가 오니까 열심히 하게 되더라"라고 웃었다.
이명주의 활약으로 포항은 K리그와 챔피언스리그 병행에 힘을 얻게 됐다. 황 감독의 로테이션 시스템에 대한 믿음도 더 굳어졌고 비슷한 또래의 군 선수들에게도 희망의 아이콘으로 자리 잡았다.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