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의기자] 한화 이글스의 부진이 2012 프로야구계의 이슈로 떠올랐다. 당초 4강 후보라는 평가 속에 개막을 맞았지만 뚜껑을 열어본 결과는 처참하다.
12경기를 치른 23일 현재 한화의 성적은 2승10패. 7위 삼성 라이온즈에 3경기 차 뒤진 최하위다. 선두 롯데 자이언츠와는 벌써 6경기나 벌어져 있다. 4강 후보라는 평가가 무색한 성적이다.
지금까지 한화의 부진은 집중력을 잃은 방망이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한화의 12경기 평균 득점은 3.1점에 불과하다. 특히 침묵할 때는 철저히 침묵을 지키는 경향이 있었다. 벌써 영봉패가 3차례, 1득점에 그친 경기도 3번이나 된다.
에이스 류현진이 등판한 세 경기에서 모두 패했던 것도 찬스에서 득점을 올리지 못한 타선이 문제였다. 한대화 감독도 "몽둥이(방망이)가 문제"라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그러나 결국 야구는 투수 놀음이다. 아무리 방망이가 터지지 않는다고는 해도 흔한 말로 타격에는 사이클이 있다. 한화 타선이라고 언제까지 저조한 득점력에 시달리지는 않을 것이란 이야기다. 20일, 22일 삼성전에서는 4득점씩 올리며 점차 나아지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문제는 결국 마운드다.
특히 선발진이 한화 성적의 열쇠를 쥐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한화는 개막 후 류현진-안승민-양훈-박찬호-배스의 선발 로테이션을 구성해왔다. 총 12경기에서 한화 선발진이 기록한 성적은 63.2이닝 44자책점으로 평균자책점이 6.22에 달한다.
이는 8개 구단 선발진 가운데 가장 저조한 성적이다. SK 선발진의 평균자책점 2.93과 비교하면 그 차이를 쉽게 알 수 있다. 반대로 한화의 불펜 투수들은 41.2이닝 17자책점, 3.67의 준수한 평균자책점을 기록 중이다. 최근엔 '필승 좌완' 박정진까지 가세했다. 불펜은 어느 정도 제 몫을 해내고 있는 셈이다.
연일 호투하고 있는 류현진과 박찬호의 성적을 제외하면 선발진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두 투수의 성적을 제외한 한화 선발진의 평균자책점은 11.57, 거의 재앙 수준이다. 한 경기에 등판해 1.1이닝 8실점을 기록한 브라이언 배스의 탓이 크지만 양훈과 안승민도 책임에서 자유롭지는 못하다.
올 시즌 한화의 성적이 기대됐던 이유는 비단 박찬호, 김태균, 송신영 등 굵직한 선수들의 영입 때문만은 아니었다. 지난해 충분한 선발 경험을 거쳤던 양훈과 안승민, 장민제가 올 시즌 성장한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양훈은 3경기 등판해 승리 없이 평균자책점 9.20을 기록하고 있고, 안승민 역시 3경기 등판해 3패와 함께 평균자책점 9.75를 기록 중이다. 장민제는 아예 경쟁에서 탈락해 1군 엔트리에 진입도 하지 못했다. 여기에 퇴출 초읽기에 들어간 배스의 부진까지 더하면 한화 선발진에서 믿을 수 있는 것은 류현진과 박찬호뿐이라는 이야기가 된다.
배스야 새로운 외국인 선수를 영입해 대체한다 하더라도 양훈과 안승민은 거의 대체할 선수가 없는 실정이다. 여기에 40세 노장인 박찬호가 얼마나 꾸준히 로테이션을 지켜줄 수 있을지도 확실치 않다. 두 젊은 투수가 지난해 보여줬던 잠재력을 끌어올리길 기대할 수밖에 없다.
타격도, 마운드도 불안한 한화. 팀을 재정비해 대반격에 나서기 위해서는 마운드가 중심을 잡아줘야 한다. 그 중에서도 선발 투수들의 향후 활약에 따라 올 시즌 한화의 성적이 결정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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