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태기자] 정수빈(두산)의 발과 센스는 여전했다. 총알 송구로 팀 위기를 구한 어깨도 대단했다.
29일 잠실 두산-KIA전. 두산이 4-3으로 앞선 9회초, KIA는 막판 추격을 시작했다. 선두 김상훈의 볼넷에 이은 신종길의 우전안타. 김상훈 대신 1루에 나가 있던 대주자 윤완주는 2루를 돌아 3루까지 내달렸다. 타이밍상 여유있게 살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나 두산엔 정수빈이 있었다. 우익수 정수빈은 신종길의 타구를 잡자마자 그대로 3루로 뿌렸다. 빨랫줄처럼 날아간 공은 원바운드로 두산 3루수 이원석의 글러브에 정확하게 빨려들어갔고, 동시에 3루로 쇄도하던 윤완주는 그대로 자연 태그가 됐다.
무사 1,3루가 될 수 있었던 상황이 정수빈의 호송구 하나로 1사 1루로 바뀐 순간이다. 사실상 이날 경기의 승부를 결정지은 게임 포인트였다.
경기 내내 정수빈의 활약은 눈부셨다. 1회 첫 타석서 KIA 선발 윤석민으로부터 장쾌한 우익수 옆 3루타를 때려냈다. 보통 선수라면 2루타가 될 타구였으나 둘째 가라면 서러워할 빠른 발로 3루까지 내달려 살았다.
2-3으로 추격하던 7회에는 센스가 빛을 발했다. 1사 1,3루에서 좌타석에 들어선 그는 KIA 좌완 진해수와 맞섰다. 두산 입장에선 절호의 찬스이지만 타자에겐 부담이 큰 상황이었다.
정수빈은 기습적으로 절묘한 투수 앞 번트를 대 3루주자를 홈으로 불러들였다. 무리한 스윙 대신 안전한 득점을 위해 장기인 번트를 택한 게 기가 막히게 들어맞았다.
이날 정수빈의 성적은 3타수 1안타 1타점. 그러나 실제 팀에 공헌한 내용은 기록보다 훨씬 뛰어났다. 가장 중요한 고비마다 방망이와 발, 그리고 어깨로 두산의 승리에 큰 공을 세웠다.
사실 정수빈은 경기 전 원치 않은 해프닝을 겪었다. 이날 오전 잠실서 마라톤 대회가 열린 까닭에 잠실종합운동장 일대 주차가 쉽지 않았다. 경기장 인근 삼전동에 거주하는 정수빈은 대안으로 '러닝'을 선택했다. 차를 집에 두고, 15분 가량을 뛰어서 출근했다.
그는 "경기를 하기 전부터 힘이 하나도 없다"며 걱정스런 표정을 지었지만 정작 게임이 시작하자마자 언제 그랬냐는 듯 펄펄 날았다.
정수빈은 "7회에 감독님께서 어떻게 해서든 3루주자를 불러들여야 한다고 주문하셨다. 확실하게 하려고 치는 것보다 번트를 선택했다"면서 "그 이후 흐름이 우리쪽으로 온 것 같아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4월 한 달간 타율 3할4푼7리를 기록하고 있는 그는 "선발 출장 여부에 관계 없이 언제든지 타격감을 유지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맹타의 비결을 밝혔다.
조이뉴스24 잠실=김형태기자 tam@joynews24.com 사진 박영태기자 ds3fan@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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