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숙기자] SK 이적생 투수 전유수에게 2012년 5월 9일은 평생 잊을 수 없는 날이 됐다. 프로 데뷔 후 첫 승리를 거두며 자신의 이름을 널리 알린 날이기 때문이다.
전유수는 철저히 '무명'이었다. 그는 "(이전까지) 나를 아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고 말했다. 트레이드 때도 그랬다. 넥센에 몸담고 있던 그는 지난 2일 SK 포수 최경철과 유니폼을 바꿔 입으며 와이번스의 일원이 됐다. 당시에도 전유수를 주목하는 이는 많지 않았다. "전유수가 누구야?" 대부분의 반응이 그랬다.
그는 현실을 담담하게 받아들였다. "주목은커녕 내 이름을 아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트레이드 소식을 듣고 생각했다. 드디어 기회가 왔구나."
이적 후 2군 경기서 합격점을 받은 전유수는 곧바로 1군으로 콜업됐다. 그리고 1군 첫 등판이던 9일 잠실 두산전에서 3.1이닝을 4피안타 1볼넷 1탈삼진 무실점으로 막고 승리투수가 됐다.
그의 등판 상황은 긴박했다. 선발 투수였던 마리오가 1회 타구에 손바닥을 맞는 갑작스런 부상으로 0.2이닝 만에 마운드에서 내려가게 된 것이다. 이날 경기를 앞두고 "두 번째 투수로 등판한다"는 이야기만 전해들었던 전유수는 몸을 제대로 풀지도 못한 상태로 마운드에 올라야 했다.
전유수는 SK가 2-1로 앞선 2사 3루 위기서 윤석민에게 동점 안타를 맞은 뒤 이원석을 뜬공으로 막고 이닝을 마무리했다. 이후 2회부터 3이닝을 무실점으로 잘 막고 팀 타선의 활발한 지원 속에 데뷔 7년 만에 감격스러운 첫 승을 따냈다. SK가 9-5 승리를 거둔 후 전유수는 "슬라이더가 괜찮았다. 3회 이성열에게 던진 투심이 제대로 들어갔다"고 돌아봤다.
2005년 2차 8라운드로 현대에 입단해 2009년까지 전유수의 1군 성적은 18경기서 승패 없이 평균자책점 10.59가 전부였다. 경찰청 입단 후 지난해 퓨처스리그서는 54경기에 등판해 5승 3패 20세이브 1홀드를 기록하며 눈에 띄는 활약을 했다.
전유수는 경찰청 제대 즈음 개명을 결정했다. 전유수의 원래 이름은 전승윤이었다. 어느덧 데뷔 7년째. 그는 '승부를 걸어보자' 마음먹었다. 고민 끝에 '생각할 유(惟) 지킬 수(守)'라는 뜻의 '유수'라는 이름으로 두 번째 인생을 시작하게 됐다.
기회는 준비된 자에게 온다. 조용히 칼을 갈던 전유수는 어렵게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그는 "이적은 나에게 엄청난 기회다. SK의 믿음에 보답하는 투수가 되고 싶다. 목표는 1군서 살아남는 것이다"고 첫 승의 감흥을 이어가며 비장한 각오를 다졌다.
조이뉴스24 한상숙기자 sky@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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