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태기자] 올 시즌 개막 전부터 두산 베어스는 '선발 야구'를 공언했다. 야구는 결국 선발 투수가 강해야 한다는 지론을 김진욱 감독은 강조했다. 그의 의도는 맞아떨어지고 있다. 올 시즌 두산은 강력한 선발로테이션을 구축하며 여러 구단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관건은 불펜이었다. 메이저리그 출신 스캇 프록터를 마무리로 영입해 뒷문 단속을 했지만 허리가 뻥 뚫렸다. 임태훈, 이용찬 등 최근 몇 년간 불펜의 핵심 역할을 해준 선수들이 선발로 전환한 공백이 컸다. 여기에 정재훈, 이재우 등 기존 멤버들도 부상으로 수술 후 재활에 열중하던 상태였다.
시즌 개막으로 뚜껑을 열어보자 우려는 현실이 됐다. 두산은 경기 후반만 되면 리드를 날리는 경우가 잦았다. 선발 투수가 아무리 호투해도 승리를 장담하기 어려웠다. 첫 두 달간 끝까지 손에 땀을 쥐는(?) 경기가 자주 연출됐다.
이랬던 두산 불펜이 갑자기 바뀌었다. 임시 방편으로 투입된 선수들이 기대 이상의 성과를 내고 있다. 특히 오프시즌 '5선발 후보'에서 중간계투로 변신한 홍상삼은 화제의 주인공이다. 시즌 27경기(36.1이닝) 동안 1승1세이브 평균자책점 1.73 WHIP 0.96이란 놀라운 성적을 기록하고 있다. 8개 구단 최고 셋업맨 가운데 하나로 올라섰다. 팀동료 이용찬 등과 함께 올스타전 멤버(감독추천선수)로도 뽑혔다. 긴박한 상황서 매서운 표정으로 마운드에 올라 두려움 없이 던지는 그의 모습은 요즘 두산 경기의 명물로도 꼽힌다.
홍상삼 혼자 분전하던 허리에 지원병이 가세했다. 주인공은 올해 신인 변진수. 홍상삼의 충암고 5년 후배다. 올시즌 두산에 2라운드 13순위로 지명돼 입단한 변진수는 13이닝 동안 안타를 1개만 내주고 3승1세이브, 평균자책점 0을 기록했다. 당연히 두산 불펜진의 주축으로 급부상했다.
사이드암 투수치곤 구위가 뛰어나고, 체인지업 등 변화구도 예리하다. 김진욱 감독은 "요즘 너무 잘해주고 있다. 특정 상황에서 생각했던 구종을 선택해 던지는 능력이 돋보인다"고 칭찬했다. 변진수는 팀이 리드를 잡으면 홍상삼 바로 앞에 등판, 선발과 승리 마무리 계투조를 이어주는 역할을 한다. 고교 선배인 홍상삼이 "이러다가 내 자리까지 빼앗는 것 아니냐"며 농담을 던질 정도로 요즘 가장 '핫'한 선수다.
시즌 초와 비교해 두산 불펜은 몰라지게 달라졌다. 변진수와 홍상삼, 여기에 마무리 프록터까지 새 '필승 공식'이 만들어졌다. 게다가 임태훈도 불펜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어 개막 전과 비교하면 상전벽해로도 여겨진다. 구원 투수들을 2개 조로 나눠 번갈아 투입하는 '불펜 로테이션'까지 고려할 정도다. 아직은 구상 단계여서 좀 더 지켜봐야 한다.
김 감독은 "불펜이 강한 팀과 그렇지 않은 팀들의 성적이 앞으로 벌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재 강력한 불펜을 보유한 팀은 선두 삼성과 3위 두산 정도다. 두 팀의 게임차는 2.5경기. '불펜 강팀'으로 변신하고 있는 두산이 내친 김에 선두 자리까지 바라보고 있다.
조이뉴스24 김형태기자 tam@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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