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여자펜싱 간판스타 남현희(31, 성남시청)는 지난 2008년 베이징올림픽 결승에서 통한의 역전패를 당하며 은메달에 그쳤다. 금메달이 눈앞에 다가왔으나 세계1위 발렌티나 베잘리(이탈리아)에 막혀 경기 종료 4초 전 역전을 허용하고 무릎을 꿇었다. 4년 동안의 절치부심 끝에 남현희는 런던 올림픽 금메달을 정조준하며 칼끝을 갈았다.
그녀의 가장 든든한 지원자는 사이클 선수인 남편 공효석(26, 금산군청)이다. 둘은 지난해 11월 결혼해 단란한 가정을 꾸렸다. 공효석은 운동선수 부부답게 고충을 이해하고 감싸주며 아내의 '런던의 꿈'을 응원했다.
공효석은 이번 올림픽에 참가하지 않는다. 대신 더욱 큰마음으로 이국땅에서 홀로 싸울 아내를 응원한다. 한국 펜싱 역사에 한 획을 그을 남현희, 남편 공효석이 아내에게 사랑을 담아 편지를 보냈다.
자랑스러운 부인 현희에게.
여보, 기다리던 올림픽이 열흘 앞으로 다가왔다. 이 시간을 위해 4년 동안 흘린 여보의 땀과 눈물을 내가 알잖아. 안쓰럽고 애틋한 마음뿐이야.
한 달에 한두 번 여보 얼굴 볼 때마다 속상한 마음이 앞선다. 골반은 통증 때문에 테이핑으로 칭칭 감아놓고, 팔다리는 펜싱 칼에 찔려 여기저기 멍 자국이고. 가끔 살이 파인 곳을 볼 때면 정말 펜싱을 그만두라고 하고 싶을 정도였어.
하지만 여보도 알고 나도 알잖아. '주부 남현희'보다 '펜싱선수 남현희'가 더 멋지다는 걸. 모든 사람이 그렇게 생각할 거야. 그러니까 우리 조금만 힘내자.
무엇보다 펜싱에 대한 여보의 열정이 정말 대단한 것 같아. 운동선수로서 정상에 오르고 싶다는 열망, 누구나 같을 거야. 누구보다 내가 잘 알잖아.
대신 하나만 약속해줘. 몸 생각도 하면서 훈련했으면 좋겠어. 평생 운동만 하면서 살 수는 없잖아. 아기도 낳아야 하고, 여행도 많이 다녀야 하는데^^
힘들게 훈련하는 여보 옆에서 내가 챙겨줘야 하는데 그러지 못해 아쉽고, 미안해. 어깨라도 한 번 더 주물러주면서 힘을 줬어야 하는데. 정말 마음이 아프다.
만약 올림픽에 우리가 같이 출전했다면, 그것만으로도 멋진 추억이 됐을 텐데. 함께 런던에 가지 못해 미안해. 대신 나는 한국에서 선수들과 열심히 응원할게.
4년 전 베이징의 아쉬움을 이번 런던에서 금메달로 보상받길 바랄게. 사랑하는 여보 힘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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