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기성용-박종우, 완벽한 중원 장악 돋보였다

[이성필기자] 홍명보호의 중원은 흔들리지 않았다. 오랫동안 찾고 또 찾은 조합이 개인기에 기반을 둔 멕시코의 플레이를 차단하며 공간을 한국 것으로 만들었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올림픽 축구대표팀이 26일(현지시간) 영국 뉴캐슬 세인트 제임스파크에서 열린 2012 런던올림픽 남자축구 B조 조별리그 멕시코와 1차전에서 0-0으로 비겼다.

당초 멕시코는 B조 최강자로 꼽혔다. 하지만, 한국은 끈끈한 조직력을 바탕으로 멕시코에 밀리지 않았다. 슈팅수 12-8, 코너킥 11-3 등 주요 공격 수치에서 압도적이었다. 파울도 6-12로 신사적인 축구를 하면서도 주도권을 가져왔다.

멕시코의 개인기는 한국 선수들의 체력이 떨어진 후반 중반이 넘어가서야 나올 정도였다. 한국이 실수를 하지 않으면 제대로 기량을 발휘하기 어려웠을 정도다.

그 중심에는 기성용(셀틱)과 박종우(부산 아이파크)의 완벽한 역할 분담이 있었다. 이른바 척추라인의 중심에 버틴 이들은 멕시코의 아키노-폰세 좌우 날개를 꺾어버렸고 처진 공격수 파비앙의 존재도 지워버렸다.

기성용은 몸싸움을 주저하지 않는 적극성으로 멕시코의 공격을 잘랐다. 셀틱에서 뛰며 향상된 피지컬이 수비 능력을 키워줬다. 비로 젖은 물기에 자주 넘어지는 다른 선수들과 달리 잔디에도 잘 적응했다.

후반 9분에는 전매특허인 강력한 중거리 슈팅도 나왔다. 구자철의 패스를 받아 강하게 찬 공은 골키퍼의 손에 맞고 나가기는 했지만 상대의 공간을 깨기에 위력적이었다. 예리한 패스는 여전했고 헤딩력도 뒤떨어지지 않았다.

기성용이 활개(?)를 치고 다닐 수 있었던 데는 상대에 발로 찍혀 허리가 아픈 와중에서도 참고 부지런히 뛴 박종우가 있어 가능했다. 그의 경쟁자였던 한국영(쇼난 벨마레)이 부상으로 이탈하면서 홀로 수비적인 역할을 해줘야 했다.

볼을 잡은 박종우는 완급을 조절하는 역할을 맡아 충실하게 수행했다. 막판 집중력이 떨어지면서 멕시코에 역습을 허용한 장면이 약간의 아쉬움으로 남기는 했지만 기성용과 적절히 역할을 배분하며 중앙 수비수 앞에서 훌륭한 1차 저지선 역할을 해냈다. 이들의 희생으로 한국도 조별리그 순위 결정에 중요하게 작용할 실점을 하지 않으며 스위스와 2차전을 기약할 수 있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