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한준기자] 삼성 라이온즈 류중일 감독은 25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LG 트윈스와 경기를 앞두고 홈팀 감독실을 찾아 김기태 감독과 만났다.
그런데 김 감독이 사용하는 방에서 한 가지 물건이 류 감독의 눈에 띄었다. 바로 김 감독이 프로 사령탑 데뷔 첫승을 올릴 당시 마지막 아웃카운트를 잡았던 공이다. 올 시즌 LG 사령탑에 오른 김 감독은 지난 4월 7일 대구구장에 열린 삼성과 개막전에서 6-3으로 승리, 기분좋게 스타트를 끊었다.
류 감독은 김 감독과 대구 개막 2연전 얘기를 좀 더 나눴다. 당시 LG는 8일 경기에서도 3-2로 이겨 개막 2연승을 기록했다. 류 감독은 "나도 감독 데뷔 승을 기념하는 볼을 갖고 있다"며 웃었다. 그는 "이런 게 다 기념이자 기록이지 않겠냐"고 했다.
그런데 류 감독은 최근 공 하나 때문에 속을 태우고 있다. 30년 전 잠실구장에서 기록한 홈런볼 때문이다. 그와 잠실구장은 깊은 인연이 있다. 류 감독이 까까머리 고교생 시절이던 그 때 잠실구장에서 의미있는 기록을 작성했다.
그는 잠실구장에서 처음 열린 공식경기 첫 홈런의 주인공이다. 류 감독은 "날짜를 기억하고 있다. 7월 17일 경기였다"고 했다. 경북고를 다니던 그는 잠실구장 개장 기념으로 열린 우수고교초청 야구대회에 참가했다. 경북고는 부산고와 일전을 벌였고, 연장 접전 끝에 부산고가 4-3으로 승리했지만 류 감독은 짜릿한 홈런 손맛을 봤다.
류 감독은 "홈런을 쳤을 때 볼 카운트는 잘 기억나지 않지만 6회말이었고 상대 투수는 김종석(전 롯데 자이언츠)이었다"고 얘기했다. 그 날 경기가 끝나고 류 감독이 친 홈런볼은 주인공을 찾아갔다. 그는 당시 공에 직접 사인을 했고 '잠실구장 개장 기념 1호 홈런'이라는 문구도 넣었다. 지금은 사인을 할 때 한글로 하지만 당시 그 홈런볼엔 한자로 사인을 했기 때문에 더 기억에 남았다.
그는 그 공을 소중하게 여겼다. 현역 선수시절 받은 각종 트로피와 상패 등과 함께 따로 보관했는데 그만 그 기념비적인 홈런볼을 분실했다.
류 감독은 "집에 두기보다는 구단 역사관 등에 기증을 하려고 마음을 먹고 있었는데 그렇게 됐다"고 아쉬워했다. 그는 최근 상패와 트로피가 있던 방을 옮겼는데 그 과정에서 공이 사라졌다. 류 감독은 "짐을 옮기는 과정에서 다른 물건과 섞인 거 같은데 찾을 수가 없다"고 했다.
그는 "현역 시절 홈런을 자주 때리는 타자가 아니었기 때문에 그 홈런볼에 애착이 간다"며 "프로선수로 뛸 때 마지막으로 기록한 홈런볼도 갖고 있는데 아무래도 잠실구장 개장 기념 1호 홈런보다는 못하다"고 웃었다.
류 감독은 1987년 삼성에 입단해 1999년까지 선수로 뛰었는데 통산 45홈런을 기록했다. 은퇴하기 2년 전이던 1997시즌 기록한 8홈런이 개인 시즌 최다 기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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