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한준기자] 한국 여자배구의 간판스타 김연경은 지난 8일 인천공항을 통해 터키 이스탄불로 떠났다. 이적 문제가 매끄럽게 해결되지 않아 선수 본인 그리고 4시즌을 함께 했던 흥국생명 모두에게 힘든 일이 됐지만 대한배구협회가 중재한 합의안에 서로 동의를 했고 김연경은 터키행 비행기에 탑승했다.
이날 김연경의 출국시간은 늦은 밤이었다. 이스탄불로 떠나는 주말 항공편이 그 때뿐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천공항 출국장엔 많은 팬들이 나와 김연경을 환송했다. 그 자리에는 부모님과 친언니인 김혜경 씨도 함께 해 출국하는 김연경을 격려했다.
김연경은 어린 시절 코트에서 뛰고 있는 언니를 보고 배구선수가 되기로 마음먹었다. 다섯 살 위인 언니는 중학교 때까지 배구를 했다. 김연경에게 배구 선배인 셈. 중학교까지 또래 선수들과 견줘 키가 작았던 김연경과 달리 언니는 키가 컸다. 초등학교 6학년 때 이미 신장은 170cm에 가까웠다.
그러나 언니는 고등학교에 올라오면서 배구선수의 길을 접었다. 부상 때문은 아니었다. 김 씨는 "중학교 때까지 선수로 활동했던 대부분이 그 시기에 진로를 결정한다"고 했다. 배구공을 손에서 놓고 평범한 학생이 됐지만 그 당시 선수로 막 발걸음을 뗀 동생 김연경을 응원했다.
언니는 동생이 한국 여자배구의 아이콘으로 자리잡을 줄 몰랐다고 한다. 그는 "(김)연경이도 배구를 시작하긴 했지만 나중에는 포기할 줄 알았다"고 했다. 그런데 김연경은 작은 키였지만 꿋꿋하게 코트에서 버텼다.
김 씨는 "얼마 안가 운동을 그만 두겠지 생각했는데 그러지 않더라"며 "연경이가 중학교 시절인 걸로 기억난다. 당시 동생은 '끝까지 (배구를)하겠다'고 했다. 그 말을 들은 뒤부터 '선수로 뛰는 기간이 길어지겠구나' 생각했는데 이렇게까지 잘할 줄 몰랐다"고 웃었다.
김 씨는 동생이 입·출국할 때 부모님과 함께 항상 공항에 와 맞이하거나 배웅했다. 그러나 카메라 플래시가 터지고 방송 카메라의 조명이 동생을 비출 때 언니는 한 발 뒤에 물러서 있었다. 동생에게 괜한 부담을 주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언니는 8일에도 출국장 한 쪽에 서서 동생을 바라봤다. 그는 "연경이에게 따로 이야기를 하진 않았다"며 "터키에서 한 시즌을 보낸 경험이 있으니까 부상 조심하고 잘 뛰다 오라고만 했다"고 했다.
그러나 자신도 선수로 뛴 경험이 있기 때문에 마음 한구석은 편하지 않다. 김연경은 오른쪽 무릎 내측 연골이 찢어진 상태다. 수술이 필요한 상황인데 일단 터키에 도착해 다시 검사를 받을 예정이다. 언니는 "부상이 있는 상황에서 출국을 하는 거라 아무래도 걱정이 된다. 아프지 말아야 하는데"라고 걱정했다.
김연경은 팬들의 환호 속에 환하게 웃으면서 출국장으로 들어갔다. 이를 지켜보던 언니는 "그래도 연경이는 힘든 일이 있어도 항상 웃는다. 그렇기 때문에 마음이 좀 놓인다"고 덧붙였다.
한편 김연경은 출국 다음날 이스탄불에 도착, 페네르바체의 트레이닝 캠프에 참가하면서 2012-13시즌 준비를 시작했다. 구단 자체 방송인 '페네르바체 TV'는 김연경을 포함해 선수들의 훈련 장면을 중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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