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혜림기자] 중국 배우 임달화는 영화 '도둑들'을 통해 한국에서 1천만 이상의 관객을 동원한 배우가 됐다. 한국영화에 출연한 외국인 배우로는 최초로 세운 기록이다. 그러나 임달화에게 '도둑들'이 갖는 의미는 단지 '흥행에 성공한 한국 영화'가 아니었다. 그에게 '도둑들'은 김윤석·김혜수·김해숙·전지현 등 한국 최고의 배우들과 친구가 되게 만들어준 작품이었다.
12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신작 '나이트폴' 국내 개봉을 맞아 내한한 임달화를 만났다. 그는 특유의 긍정적인 기운이 넘치는 미소로 취재진을 맞았고 애초 예정된 한 시간을 훌쩍 넘기면서까지 열의 가득한 얼굴로 인터뷰에 응했다. 그는 인터뷰 내내 '도둑들'로 만난 한국의 배우들을 향해 넘치는 애정을 드러냈다.
"영화를 하며 만난 모든 사람들이 나와 함께 부담·어려움 없이 즐겁게 일하는 것을 좋아한다. 그런 맥락에서 '도둑들'은 내게 가장 큰 기쁨을 줬다. 이제 한국에 오면 만날 친구들이 생겼다. 그들이 홍콩에 오면 밥을 먹고 친구들을 만나고, 이렇게 한 그룹이 생긴 거다. 배우로서 새로운 페이지가 시작되는 기분이다. 영화가 성공해서 투자자가 돈을 번 것도 기쁜 일이지만 새로운 친구를 만나게 된 것이 내 배우 인생의 또 다른 시작이다."
외국인 배우 최초로 한국영화를 통해 1천만 관객 돌파를 이룬 것에 대해서는 "기쁘고 영광스럽다"면서 "가장 기쁜 것은 흥행 성적보다 마카오박(김윤석 분) 등 굉장히 훌륭한 배우들과 영화를 찍었고 그들과 친한 친구가 됐다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임달화는 "1천300만 명이라는 숫자는 씹던 껌(김해숙 분), 예니콜(전지현 분), 팹시(김혜수 분) 등의 우정과는 비교할 수 없다"며 "우정이 더 값어치있다"고 강조했다.
지난 내한 당시 "한국에 집을 사고 싶다"고 말했던 그는 이번엔 모델인 아내까지 대동해 한국을 찾았다. 당시 봐 뒀던 한강변의 집을 아내에게 보여주기 위해서란다. "한국에 집을 사 두면 한국과 더 많은 접촉이 가능하겠다"는 취재진의 말에 그는 "정말 그럴 수 있다. 등산을 가다가도 만날 수 있을 거다. 전지현과 촬영을 하던 때 그가 나를 데리고 산에 간 적이 있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이어 그는 뛰어난 운동 신경을 지닌 것으로 알려진 전지현과 등산을 하며 그의 체력에 혀를 내둘렀다고도 고백했다.
"전지현과 등산을 갔는데 워낙 잘 하니까 2시간 동안 힘들어 죽는 줄 알았다. 체력이 정말 좋더라. 2시간 올라갔는데 45분 쭉 올라가다 나는 쉬어야겠다고 했다. 전지현은 쉬지도 않고 쭉 올라가더라. 정말 대단했다."
전지현에 대한 임달화의 찬사는 이어졌다. 임달화는 "예쁘고 건강하고 영화도 열심히 하고 프로페셔널하다. 높은 곳에서 뛰어내리기도 하지 않냐"며 "사실 그 때 전지현은 울었었다"고 말하며 장난스럽게 웃어보였다. 이어 "홍콩 팬들이 전지현을 굉장히 좋아한다. 한국에서만큼은 아니지만 '도둑들'의 흥행 성적도 나쁘지 않다"며 "홍콩 팬들은 전지현을 '어떤 캐릭터를 연기하면 그 캐릭터로 변하는 배우'로 인정한다"고 덧붙였다.
지난 11일 입국해 오는 13일 한국을 떠나는 임달화는 바쁜 스케줄로 '도둑들' 때 함께한 배우들과는 자리를 마련하지 못했다. 그러나 "마카오 촬영 당시 김해숙과 전지현이 좋아했던 과자 '행운병'을 직접 사왔다"며 남다른 애정을 보였다.
홍콩 최고의 액션 배우로 이름난 임달화지만 그는 "7살 난 딸을 떠올리면 예전처럼 마음 놓고 액션 연기에 뛰어들지 못하는" 평범한 아빠이기도 하다. 임달화는 "옛날에는 정말 무섭지 않았는데 딸이 생기고 나서는 조금씩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며 "뛰어내리는 장면에서는 내 딸이 아직 어리다는 생각이 떠오른다"고 털어놨다.
이어 "딸에게 뛰어내리는 연기를 하는 영상을 보여줬더니 욕을 하더라"며 "절대 뛰지 말라고 했다"고 회고했다. 그는 "결혼하신 분들도 아이가 없으면 이런 생각을 안할 수 있지만 아이가 있으면 생각을 하게 된다. 예전에는 안전 장비 없이 10층에서 뛰어도 아무 생각 안했지만 지금은 와이어가 있어도 딸을 생각한다"고 말하며 웃었다. '도둑들'에서 화려한 와이어 액션을 선보인 전지현에 대해서는 "전지현 역시 아이가 생기면 함부로 뛰어내리지 못할 것"이라고 장난스럽게 덧붙이기도 헀다.
임달화는 오는 10월 제17회 부산국제영화제에 참석차 다시 한국을 찾을 예정이다. '도둑들'의 흥행 열풍을 언급하며 아이처럼 웃는 얼굴로 박수를 친 그는 "스코어가 계속 올라가서 1천300만 영화가 되고 흥행 1위 자리에 오르면, '도둑들'의 모든 배우들과 부산에서 높은 곳에서 뛰어내리겠다"고 웃으며 말했다.
이날 인터뷰 내내 에너지 넘치는 얼굴이었던 그는 사진 기자들 앞에서 입국 당시 췄던 싸이의 '강남스타일' 말춤을 선보여 인터뷰룸을 화기애애하게 만들기도 했다. "시간이 나면 인터넷으로 한국 관련 소식을 찾아보곤 한다"며 "한국은 정말 좋은 곳"이라고 강조했던 그는 남다른 한국 사랑을 춤으로까지 표현했다.
한편 임달화는 신작 '나이트폴'에서 살인범 왕원양(장가휘 분)을 쫓는 형사 임 반장 역할로 출연한다. 느와르 영화 '비스트스토커'로 중국의 국민 배우로 떠오른 장가휘가 살인범 왕원양으로 분했다. 주현량 감독이 연출을 맡았으며 오는 20일 개봉한다.
조이뉴스24 권혜림기자 lima@joynews24.com 사진 정소희기자 ss082@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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