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용재기자] 최용수 FC서울 감독(39)과 황선홍 포항 스틸러스 감독(44)은 라이벌로 불리고 있다.
1990년대를 대표하는 한국의 공격수라는 점, 또 K리그 젊은 감독 돌풍을 이끌었다는 점, 그리고 별명이 각각 독수리(최용수)와 황새(황선홍)로 하늘을 나는 동물이라는 점 등이 둘을 라이벌로 만들었다.
하지만 최용수와 황선홍은 라이벌이기 이전에 뜨거운 우정을 나눈 사이다. 존경하는 선배이자 감싸안아주는 후배다. 이들은 한국 축구를 대표하는 막역한 선후배 사이다. 비슷한 시대에 축구를 했고 대표팀에서 오랜 기간 동고동락했다. 1998년 프랑스 월드컵, 2002년 한일 월드컵 등 두 번의 월드컵에서도 이들은 함께 태극마크를 달고 손을 잡았다.
뜨거운 우정을 나눴기에 최 감독은 선배 황 감독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환한 표정을 감출 수가 없었다. 그리고 항상 황 감독과의 일화를 털어 놓았다. 또 황 감독을 향한 존경심도 드러냈고 황 감독을 향한 짓궂은 농담 역시 빠뜨리지 않았다. 친밀한 사이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22일 서울-포항전을 앞두고 20일 구리 GS챔피언스파크에서 열린 'FC서울 미디어데이'에 참석한 최용수 감독은 황선홍 감독 이야기가 나오자 항상 그랬듯이 밝은 표정으로 그와의 일화를 소개했다. 최 감독은 "1997년 프랑스 월드컵 예선을 마쳤을 당시 황 감독님이 나에게 '네가 젊으니 더 많이 뛰어라. 너는 운동장에서 손만 흔들고 있다'고 말하며 핀잔을 줬다"고 옛 이야기를 꺼내며 환하게 웃었다.
그리고 선배를 향한 존경심을 드러냈다. 최 감독은 "황 감독님은 가능성을 가지고 있는 선수들을 데리고 마지막에 우승이라는 것을 만들어낼 수 있는 감독님이시다. 포항을 보면서 느낀 것은 황 감독님이 자신이 원하는 팀 컬러를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포항은 황 감독님의 컬러가 됐고 포항 선수들은 5연승까지 왔다. 내 관점에서는 포항은 충분히 우승 가능성이 있는 팀이다"라고 말했다.
최 감독은 이번에도 짓궂은 농담을 빠뜨리지 않았다. 최 감독은 "황 감독님은 선수생활 때부터 지금까지 대화를 해보면 나만큼 지기 싫어하시고 욕심이 많으시다. 우리는 갈 길이 바쁘지만 황 감독님은 FA컵 결승이 남아있다. 2마리 토끼(K리그 우승, FA컵 우승)를 잡기는 쉽지 않다. 이번에 내리사랑을 실천해줬으면 좋겠다"며 황 감독을 향해 승리를 양보하라는 농담을 당당하게 던졌다.
22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막역한 선후배 최 감독과 황 감독이 만난다. 서울과 포항의 빅매치다. 3연승의 서울과 5연승의 포항이 정면충돌한다. 올 시즌 두 팀 상대전적도 1승1패로 팽팽하다.
그리고 최용수와 황선홍의 만남이라서 서울-포항전의 관심이 배가되고 있다. 친한 사이일수록 더욱 지기 싫은 법이다. 최 감독과 황 감독이 뜨거운 우정을 나눈 사이라 서울-포항전은 더욱 뜨거워지고 있다.
후배 최 감독은 "포항의 연승을 꺾어줘야 할 시기가 왔다"며 각오를 다졌다. 그리고 선배 황 감독은 "빅버드(수원월드컵경기장 애칭) 징크스를 깼으니 이제 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도 이겨보겠다"고 자신했다. 최근 상암에서 8경기 연속 무승(1무7패)으로 고전해온 포항이 그 징크스를 이번에 깨겠다는 의미다.
조이뉴스24 /구리=최용재기자 indig80@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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