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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수리 사냥꾼' 김응용과 한화의 얄궂은 운명


[정명의기자] 과거 '독수리 사냥꾼'이 이제 독수리 둥지에 들어앉았다. 한화 이글스의 신임 사령탑으로 결정된 김응용(71) 감독의 이야기다.

한화는 7일 김응용 감독의 선임을 전격적으로 발표했다. 지난 2004년 삼성 라이온즈 감독직에서 물러나며 현장을 떠났던 김 감독은 무려 8년만에 유니폼을 바꿔입고 덕아웃으로 돌아왔다.

과거 한화에게 김 감독은 얄미운 팀의 수장이었다. 번번이 우승 길목에서 발목을 잡았던 것이 바로 김 감독이 이끄는 해태였던 것이다. 한화가 지금껏 한국시리즈 단 1회 우승에 그치고 있는 데에는 김 감독의 영향도 컸다.

한화는 1999년 첫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지만 사실 전성기는 전신인 빙그레 시절이던 1980년대 후반부터 90년대 초반까지였다. 하지만 당시 빙그레는 한국시리즈에 네 번 올라 모두 준우승에 머물렀다.

1986년 처음으로 1군 무대에 등장한 빙그레는 2년간 7위-6위에 머물렀지만 1988년 정규시즌 2위를 차지하며 한국시리즈에 진출하는 쾌거를 이뤘다. 하지만 김응용 감독이 지휘하던 해태에게 2승4패로 무너지며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다.

1989년에는 정규시즌 1위를 하고도 플레이오프를 거치고 올라온 해태에게 1승4패로 우승컵을 내줬다. 1991년에도 빙그레는 정규시즌 2위로 한국시리즈에 진출해 해태에게 내리 4연패하며 우승의 한을 풀지 못했다.

한국시리즈에 오를 때마다 해태에게 당했던 탓일까. 1992년 정규시즌 1위를 한 빙그레는 해태가 아닌 롯데가 한국시리즈에 올라왔음에도 1승4패로 밀려 또 우승을 차지하는데 실패했다. 당시 빙그레는 원조 다이너마이트 타선을 앞세운 강팀이었지만 우승팀의 들러리 신세를 면할 수 없었던 비운의 팀이기도 했다.

1999년 한국시리즈서 롯데를 꺾고 우승을 차지하며 '한'을 풀어낸 한화는 2006년 또 한 번의 우승에 도전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김 감독이 사장으로 재직하고 그의 제자 선동열 감독이 사령탑에 앉아 있던 삼성에게 명승부 끝에 1승1무4패를 당하며 다시 한 번 준우승 회수를 늘렸다. 한화가 기록한 역대 5차례 준우승 가운데 우승컵을 빼앗아간 4차례나 상대팀에 '코끼리'가 자리하고 있었던 것이다.

한화는 그런 김 감독을 품에 안았다. 통산 10회 한국시리즈 우승에 빛나는 업적을 높이 평가해 빠른 시간 안에 4강에 도전할 수 있는 팀을 만들기 위해서다.

물론 김 감독이 10번이나 한국시리즈 정상에 오르는 동안 울렸던 팀은 독수리 군단뿐만이 아니었다. 삼성도 1986년, 1987년, 1993년 한국시리즈에서 해태를 만나 준우승에 머물렀다. 결국 삼성은 김 감독을 영입해서야 2002년 처음으로 한국시리즈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바로 한화가 꿈꾸는 시나리오다.

결정적인 순간 독수리의 날개를 부러뜨리던 승부사. 이제는 독수리가 높이 날아오를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조련사가 돼 독수리 둥지를 찾았다. 김응용 감독을 영입한 한화가 최근 굳어지고 있는 약팀의 이미지를 씻어낼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조이뉴스24 정명의기자 doctorj@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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