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혜림기자] 또 한편의 '김수현표' 국민 홈드라마가 탄생할 수 있을까.
김수현 작가는 SBS '인생은 아름다워', KBS 2TV '엄마가 뿔났다' '부모님 전상서' 등 전국민적 인기를 얻은 가족 드라마로 '히트 드라마 제조기'로서 명성을 높였다. 지난 2011년에는 '천일의 약속'을 통해 멜로 장르에서도 건재함을 과시했다.
종편행을 택한 그가 새로이 내놓은 드라마가 바로 '무자식 상팔자'다. 이순재, 김해숙, 유동근, 송승환 등 중견급 이상의 탄탄한 연기자들이 대거 포진한데다, 김수현 작가 특유의 관록과 재치를 기대할 법한 홈드라마 장르라는 점에서 시청자들의 기대도 높을 수밖에 없다.
이순재와 전양자, 김해숙, 윤다훈, 정준, 김민경 등은 그간 김수현 작가와 호흡을 맞추며 다수의 히트 드라마를 함께 만들어낸 배우들이기도 하다.
애초 '무자식 상팔자'라는 제목에서부터 풍기는 작가의 분위기는 '김수현표' 가족 드라마에 더이상 새로운 무엇이 존재할 수 있는지에 대한 우려로 이어지기도 했다.
이는 김수현 작가가 그간의 작품들에서 대가족 간 에피소드를 흥미롭게 풀어내 왔대도 '무자식 상팔자'를 통해 과연 이제껏 보여준 것 이상의 감흥을 안길 수 있을지는 장담할 수 없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그러나 김수현 작가는 그간 선보인 드라마들에서 제각기 다른 특색있는 '한 방'을 적재적소에 배치해왔다. '인생은 아름다워'에선 동성애자인 아들과 그를 보듬는 부모의 모습을 통해 성소수자를 보는 홈드라마의 새로운 시선을 제시했다.
'엄마가 뿔났다'는 만년 가정 주부의 일상에 휴가를 내는 한자(김혜자 분) 캐릭터를 통해 가사노동과 주부의 정체성을 두고 시청자들 사이의 열띤 논쟁을 이끌었다. '사랑과 야망'에선 불안한 삶을 이어가는 여주인공 미자(한고은 분)의 심리를 치밀하게 묘사해 눈길을 끌었다.
'무자식 상팔자'는 1화부터 안씨 집안에 닥친 청천벽력같은 소식으로 시작한다. 지방 법원 판사인 집안의 큰 손녀 안소영(엄지원 분)이 미혼 상태에서 임신을 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가족들은 가장 호식(이순재 분)에게 최대한 충격을 덜 안기면서 소영의 아이를 집안에 들일 방법을 강구한다.
희재(유동근 분)·희명(송승환 분)·희규(윤다훈 분) 삼형제는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회의에 나서지만 뾰족한 수가 나오지 않는 상황. 소영 또한 미혼모의 길을 자처하며 아이를 내놓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한다. 위기에 닥친 안씨 집안 사람들이 소영의 사건을 발단으로 삼아 어떤 이야기들을 펼쳐나갈지 궁금증을 자아내는 대목이다.
미혼모의 삶을 택한 소영, 좌충우돌하면서도 그를 감싸안기 위해 모여들 가족의 모습은 '무자식 상팔자'의 초반 갈등을 이끄는 중심 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등장 인물 각자의 고민과 더불어 이를 함께 해결하기 위해 머리를 맞대는 가족들의 인간미 넘치는 모습은 그 간 김수현 드라마로부터 눈을 뗄 수 없게 만든 미덕이었다.
배우 김해숙은 22일 서울 논현동 임피리얼팰리스에서 열린 드라마 제작발표회에서 "'인생은 아름다워'에선 인간 이하의 취급을 받곤 했던 동성애자들의 문제를 수면 위로 떠올렸고 이번 드라마는 미혼모를 화두로 했다"며 "그 안에 모든 가족의 그림을 그렸다. 어찌 보면 가장 쉽고, 어찌 보면 가장 어려운 소재"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가족 드라마라는 시놉시스를 받고 읽어 보면 정작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는 작품들이 많은데 김수현 작가의 이야기는 처음과 끝이 똑같다"며 "가족 드라마는 출연하는 배우들까지 한 가족으로 호흡을 맞출 수 있게 만든다. 가족 드라마는 한국에서 없어져서는 안 될 장르"라고 덧붙였다.
종편이라는 채널 상 한계는 '무자식 상팔자'가 절대적 시청률로 공중파 드라마를 앞서기엔 어려운 환경으로 작용할 수 있다. 그러나 작품 자체가 일으키는 바람, 그 체감 인기에 대한 이야기는 또 다르다. 올해 상반기 JTBC에서 방영돼 반향을 일으킨 '아내의 자격'이 이미 이를 증명해보였다.
'무자식 상팔자'가 김수현 작가만의 재치와 온기를 그대로 담으면서도 새로운 재미를 안길, 또 한 편의 웰메이드 드라마로 기록될 수 있을지 기대해볼 만하다. '무자식 상팔자'는 22일 온라인을 통해 선공개됐으며 오는 27일을 시작으로 매주 토·일요일 저녁 8시50분 방송된다.
조이뉴스24 권혜림기자 lima@joynews24.com 사진 정소희기자 ss082@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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