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태기자] '2005년 어게인'이 가능한가.
삼성 라이온즈가 한국시리즈 우승을 절반쯤 품에 안았다. 대구 홈에서 2승을 쓸어담으며 통산 6번째 우승을 눈앞으로 당겼다. 1, 2차전을 치러본 결과 삼성의 전력은 역시 막강했다. 투수력과 타력, 수비력에서 SK를 압도했다. 흠잡을 데 없는 경기가 이어졌다.
현재 삼성의 페이스라면 내친 김에 4연승으로 시리즈가 끝날 가능성도 점쳐볼 수 있다. 마운드 높이에서 한 단계 우위에 있는데다 이승엽, 최형우 등 중심타선의 화력이 폭발하면서 매 경기를 수월하게 풀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SK는 최대 무기인 불펜을 제대로 가동해보지도 못하고 맥없이 무너졌다. 선발 싸움에서 밀리면서 초반부터 끌려가는 양상이 반복됐다. 그러다보니 박희수와 정우람을 써보지도 못한 채 내리 두 경기를 내줘야 했다.
27∼28일 문학구장에서 열리는 3차전과 4차전도 초반 싸움에서 승부가 갈릴 공산이 크다. 선취점을 내는 팀이 끝까지 리드를 유지하는 흐름이 재연될 전망이다. 결국 남은 경기도 6회 이전 승부다. 선발 투수 싸움에서 우위를 점하는 팀이 축배를 들 수 있다.
삼성의 3차전 선발은 배영수다. 2007년 팔꿈치 수술 뒤 한동안 부진했지만 올 시즌 전성기 구위를 완전히 회복했다. 시즌 12승과 평균자책점 3.21의 성적으로 삼성 마운드의 주력 투수 자리를 되찾았다. 배영수는 올 시즌 문학에서 열린 2경기선 1승1패 평균자책점 2.81로 무척 강했다. 1, 2차전 선발이었던 윤성환(5.1이닝 1실점), 장원삼(6이닝 1실점)에 이어 배영수 또한 6이닝 2실점 정도로 책임져주면 '초특급 불펜'이 릴레이로 나머지 3이닝을 굳건히 책임진다. 삼성이 가장 바라는 시나리오다.
만약 3차전까지 잡을 경우 내친 김에 4차전까지 삼성이 휩쓸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 지난 2005년이 좋은 예다. 당시 정규시즌 1위팀 삼성은 한국시리즈서 두산을 상대로 대구 2연전을 어렵지 않게 승리한 뒤 잠실에서 열린 3차전과 4차전마저 쓸어담고 4전승으로 우승 축포를 터뜨렸다. 당시 삼성의 우승을 마지막으로 책임진 투수가 혜성처럼 등장한 특급 신인 오승환이었다. 이후 한국 최고의 마무리로 우뚝 선 오승환은 올해에도 삼성의 수호신으로 뒷문을 철통같이 틀어막고 있다.
물론 무조건적인 낙관은 금물이다. 방심은 언제든지 독으로 작용할 수 있다. 류중일 삼성 감독도 이 점을 강조하고 있다. 2차전 승리 후 류 감독은 "시리즈를 빨리 끝내면 좋다. 그러나 야구는 알 수 없는 것 아닌가. 방심하지 않겠다. 매 경기 최선을 다해 이길 생각"이라고 밝혔다.
한국시리즈가 4경기만에 한 팀의 '전승'으로 끝난 경우는 모두 6번. 가장 최근 사례는 2010년 있었다. 당시에는 SK가 삼성을 4연승으로 완파했다. SK는 2007년 두산에 2연패한 뒤 4연승으로 뒤집은 적도 있다. 삼성이 7년만에 '한국시리즈 스윕' 우승을 달성하며 2년 전의 복수를 제대로 할 지, SK가 5년 전의 뒤집기 '기적'을 재현할 지, 지켜볼 일이다.
조이뉴스24 김형태기자 tam@joynews24.com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