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울산 현대 국가대표 4인방에게 지난 10월은 너무나도 길고 피곤했다.
울산은 지난달 31일 분요드코르(우즈베키스탄)와 2012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4강 2차전에서 2-0으로 이기며 결승에 올랐다. 울산은 오는 10일 알 아흘리와 우승을 놓고 한판 승부를 벌인다.
운 좋게도 울산은 31일 경기에서 경고 한 장 없이 깔끔한 승리를 거두며 최강 전력으로 결승전에 나설 수 있게 됐다. 지난해 이 대회 결승에 올랐던 전북 현대가 주장이자 중앙 수비수 조성환의 경고누적 공백으로 어려운 경기 끝에 우승을 내줬던 것과 같은 아픔을 울산은 겪지 않게 됐다.
팀 승리를 위해 누구가 최선을 다했겠지만 국가대표를 오갔던 곽태휘(31), 김영광(29), 이근호(27), 김신욱(24)에게는 이번 ACL 결승 진출이 더욱 특별했다.
이들 국가대표 4인방은 9월 29일 알 힐랄(사우디아라비아)과 8강 2차전 원정을 위해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로 출국했다. 이후 경기를 치른 뒤 10월 5일 귀국해 8일 제주 유나이티드전을 치른 뒤 9일 대표팀의 월드컵 최종예선을 위해 이란 테헤란으로 출국했다.
시차만 세 차례 바뀌면서 애를 먹는 가운데 17일 이란과 2014 브라질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4차전을 치렀다. 이후 역시차에 걸리지 않기 위해 국내로 들어오지 않고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두바이에서 머무르다 20일 울산이 ACL 4강 1차전을 치르는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로 들어갔다.
분요드코르와 원정경기를 치른 뒤에는 항공편 연결 사정으로 인해 27일에서야 한국으로 돌아왔다. 근 한 달 만의 귀환이었다. 이들은 사흘 정도밖에 시차 적응을 하지 못한 뒤 2차전을 뛰었다.
보통 시차 한 시간에 적응기 하루가 걸린다는 점을 고려하면 울산의 국가대표 4인방은 완벽한 컨디션이 아닌 상태에서 뛴 셈이다. 그런데도 김신욱, 이근호는 골을 넣었고 김영광은 동물적인 선방으로 골문은 완벽하게 지켰으며 곽태휘는 최고의 리더로 무실점 수비를 이끄는 괴력을 발휘했다.
당연히 피곤했지만 우승에 대한 열망과 정신력이 모든 것을 극복하게 했다. 곽태휘는 "많이 자야 하는데 못 잤다. 오전 10시30분에서야 잠들어 서너 시간 정도 뒤 눈을 뜬다"라며 시차 적응을 하지 못해 힘들었음을 토로했다.
2차전이 열리는 날에도 전날 밤 잠이 오지 않아 애를 먹었다면서도 "여러 가지로 어려움이 많은 게 사실이지만 이런 기회가 다시 오지 않는다. 왔을 때 잘해야 한다는 생각이었다"라며 승리욕이 모든 한계를 극복하게 했다고 전했다.
이근호, 김신욱도 이런 어려움은 마찬가지이지만 국내로 돌아와 심리적 안정감이 생겼다고 말했다. 이근호는 "일주일에 한 경기라 편하다. 이란이나 우즈베키스탄에서는 적응 기간이 길어서 힘들었다. 전지훈련 간 느낌이었고 의욕도 많이 떨어졌다"라며 "한국에 돌아와서는 점점 나아지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필드플레이어보다 체력 소모가 덜한 골키퍼 김영광은 "시차 적응을 위해 가만히 누워 움직이지도 않는 등 온갖 노력을 다했다"라며 신체 리듬이 정상으로 돌아오기까지 힘든 시간이라고 설명했다.
피곤이 정점에 이르렀지만 우승에 대한 의지가 모든 것을 지운다는 것이 이들 4인방의 설명이다. 이근호는 "챔피언스리그에 대한 집중력이 대단하다. 선수들이 의욕적으로 나선다"라며 팀플레이가 피곤조차 날려버린다고 웃었다.
조이뉴스24 울산=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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