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태기자] 올 시즌 프로야구 최고 선수로 넥센의 거포 박병호가 뽑혔다. 신인왕 역시 넥센의 민완 2루수 서건창이 선정돼 올해 프로야구 시상식은 넥센의 '집안 잔치'로 귀결됐다.
박병호는 5일 서울 삼성동 그랜드 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열린 프로야구 최우수선수(MVP) 및 최우수 신인선수 시상식에서 총 91표 가운데 73표를 얻어 MVP의 영광을 안았다. 신인왕에 뽑힌 서건창도 79표를 휩쓸었다.
한 팀에서 MVP와 신인왕이 동시에 배출된 건 프로야구 사상 5번째다. 가장 최근 사례는 두산 리오스(MVP)와 임태훈(신인왕)이 동시 수상한 2007년이다. 지난 2008년 히어로즈라는 이름으로 현대 선수들을 인수해 창단한 넥센에서 MVP 또는 신인왕이 나온 건 이번이 처음이다.
박병호는 올 시즌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파워히터로 거듭났다. 133 전경기에 출전하면서 타율 2할9푼 31홈런 20도루 105타점으로 비약적인 성적을 거두었다. 특히 홈런과 타점, 장타율(0,561) 부문 1위에 오르면서 한국 최고 거포 가운데 한 명으로 우뚝 섰다. 이런 활약상을 바탕으로 내년 3월 열리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국가대표 1루수 부문 후보로도 거론되는 등 야구 인생 최고의 순간을 맞고 있다.
박병호는 "작년까지만 해도 이런 상을 꿈도 꾸지 못하는 선수였다. 오랜 2군 생활을 거치면서 야구를 그만둘 생각도 했었다"며 "지금도 피땀 흘리면서 열심히 하고 있을 퓨처스 선수들에게 조금이나마 희망이 됐으면 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서건창은 올 시즌 개막전서 맹활약한 뒤 팀의 주전 2루수로 발탁됐다. 안정적인 수비와 빠른 발을 이용한 주루 플레이로 코칭스태프와 팬들의 사랑을 받았다. 서건창은 올 시즌 팀의 133경기 가운데 127경기에 출전, 타율 2할6푼6리 1홈런 40타점으로 쏠쏠한 활약을 펼쳤다. 특히 빠른 발을 이용해 2루타 21개와 3루타 10개를 기록했고, 도루도 39개를 성공시키며 프로야구의 '대도 대열'에 합류했다.
박병호와 서건창은 나란히 어려운 시기를 거쳐 정상에 오른 선수들이다. 지난 2005년 드래프트 1차로 LG에 지명돼 입단한 박병호는 큰 기대와 달리 좀처럼 잠재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LG 유니폼을 입은 2010년까지 1군과 2군을 오가며 꽃을 피우지 못했다. 타율 2할1푼8리를 기록한 2009년이 개인 최고 성적이었을 정도였다.
그러나 박병호의 야구 인생은 2011년 넥센으로 트레이되면서 극적으로 달라졌다. 그 해 66경기서 타율 2할5푼4리 13홈런으로 가능성을 보여주더니 올해 숨겨뒀던 잠재력을 한꺼번에 폭발하면서 프로야구 최고 선수의 영예까지 얻게 됐다.
서건창 또한 우여곡절을 겪은 뒤 한층 단단해진 경우다. 광주일고를 졸업하고 지난 2008년 LG에 신고선수로 입단했지만 뚜렷한 활약을 보여주지 못한 채 방출됐다. 하지만 군복무를 마친 뒤 신고선수로 넥센에서 다시 선수 생활을 이어갈 수 있었다. 우여곡절 끝에 올 시즌 개막전에 선발 출전했고, 이후 인상적인 활약으로 팀의 주전 자리를 꿰찼다.
박병호와 서건창의 수상으로 시즌 최종성적 6위로 포스트시즌 탈락과 함께 시즌 막판 김시진 전 감독 해임이란 우여곡절을 겪은 넥센은 의미 있는 소득을 거두게 됐다. 신임 염경엽 감독 체제로 내년 시즌을 준비하고 있는 와중에 겹경사가 찾아들어 기쁨이 커졌다.
한편 박병호와 MVP 경쟁을 한 올 시즌 다승왕 장원삼(삼성)은 8표를 얻는 데 그쳤다. 김태균(한화)과 나이트(넥센)는 각각 5표를 얻었다. 서건창과 함께 신인왕 후보에 오른 박지훈(KIA)은 7표, 최성훈(LG)은 3표를 얻었다. 삼성 포수 이지영은 2표를 받았다.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