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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서로 감싸고 소통해 얻은 첫 아시아 정상


[이성필기자] '아시아의 깡패' 울산 현대가 10일 결승전에서 알 아흘리(사우디아라비아)를 3-0으로 완파하고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정상에 오르기까지는 험난한 길을 걸어야 했다. 난관에 난관이었고 힘겨움의 연속이었다.

울산은 2월 제주도 동계훈련 중 일부 선수가 구단과 연봉 협상에 불만을 터뜨리는 글을 올리면서 다소 껄끄러운 분위기에서 시즌을 맞았다. 김호곤 감독이 직접 해당 선수를 불러 소명을 들은 뒤 충고와 조언을 아끼지 않으며 다독였지만 서로 생긴 오해는 쉽게 풀릴 줄 올랐다.

그래도 김 감독은 해당 선수를 개막전부터 선발로 내세우는 등 '믿음'의 선수기용술을 보여줬다. 개막 후 3연승을 거두면서 탄력이 붙었고 3월 두 차례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에서도 1승1무로 괜찮은 수확을 했다.

팀의 중선참인 이호는 "외부에서는 우리팀에 위기와 분란이 일어난 것처럼 보였지만 오히려 우리는 똘똘 뭉쳤다. 분위기도 좋았다. 서로 신뢰하며 분위기를 잡는 계기가 됐다"라고 돌아봤다.

김호곤 감독도 선수들의 아픔과 인터넷 문화를 이해하는 계기가 됐다. 김 감독은 "선수 입장에서는 불만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충분히 이해했다. 한때 인터넷 금지령을 내릴까도 했지만 그럴수록 대화를 통해 마음을 알아야 된다고 생각했다"라며 스스로 낮은 자세로 소통해 선수들을 이해하게 됐다고 전했다.

내부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김 감독은 선택과 집중을 명확히 하면서 팀을 꾸려갔다. 홈에서 1-1로 비겼던 브리즈번 로어(호주)를 상대로 원정 경기에서는 주전을 총동원해 2-1로 승리했다. 호주 원정은 시차는 없었지만 장거리 이동으로 피로가 쌓였지만 승리에 대한 의욕이 선수들을 신나게 했다.

조별리그 최대의 분수령이었던 브리즈번 2연전을 넘은 뒤에는 탄탄대로였다. 베이징 궈안(중국) 원정과 FC도쿄(일본) 홈 경기를 모두 쓸어담았다.

전북 현대를 조별리그에서 5-1로 대파했던 가시와 레이솔(일본)을 16강에서 만나 5월 30일 벌인 일전에서는 대표팀 4인방(곽태휘, 김신욱, 김영광, 이근호)의 활약이 빛났다. 같은 날 대표팀이 스위스 베른에서 스페인과 평가전을 치렀지만 최강희 감독의 배려로 울산의 대표선수들은 팀에 잔류해 가시와전에 나섰고, 울산은 3-2 승리를 낚을 수 있었다.

K리그 정규리그 순위 경쟁이 살벌해지고 빡빡한 경기 일정이 계속됐지만 울산 선수들은 웃음을 잃지 않았다. A대표팀 차출로 생긴 전력 공백과 체력 저하로 힘든 경기를 하면서도 누구 하나 흔들리지 않았다. 김 감독도 A대표팀의 차출에 대한 아쉬움을 감추지 못하면서도 "그럴 수 있다"라며 이해하고 버텼다.

9월 1일 FA컵 4강전에서 경남FC에 패해 트레블(3관왕) 가능성이 사라진 뒤에는 오히려 더 여유를 찾았다. 이호는 "FA컵에서 패한 것이 계기가 됐다. 3개 대회 모두 죽도 밥도 안될 수 있었는데 모두 한 가지에 집중하자고 결의했다"라며 챔피언스리그에 올인할 수 있었던 이유를 전했다.

어수선함이 정리된 뒤에는 모두 각자의 방식으로 위기를 극복했다. 선수들은 각자의 종교에 따라 마음을 다잡기도 했다. 기독교인 김신욱, 김영광, 이호 등은 하루를 기도로 시작해 기도로 끝냈다. 승리에 대한 열망을 부르짖었다. 나머지 선수들도 마찬가지였다.

서로 속을 터놓고 나누는 솔직한 대화는 장, 단점을 공유하는 시간이었다. 주장 곽태휘가 주도한 커피 모임에서는 팀 분위기와 전술의 문제점 등을 얘기하며 소통하는 장이었다. 선, 후배 할 것 없이 모두가 전술 분석가였다. 여유와 흥겨움, 아름다운 소통이 울산에 아시아 정상 정복이라는 큰 선물을 안겨다줬다.

조이뉴스24 울산=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사진 최규한기자 dreamerz2@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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