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한준기자] 넥센 히어로즈에서 롯데 자이언츠로 유니폼을 갈아 입은 박흥식 타격코치에겐 이승엽(삼성)과 박병호(넥센)의 이름이 늘 함께 따라다닌다.
'국민타자' 이승엽은 투수로 삼성에 입단했는데 당시 우용득, 백인천 감독이 타자로 포지션을 바꿀 것을 권했다. 이 때 이승엽의 바로 옆에서 타자 전향을 도왔던 이가 바로 박흥식 코치다. 이승엽은 타자로 펄펄 날았다. 홈런 부문에서 독보적인 위치에 올랐다. 이승엽도 "박흥식 코치가 스승"이라고 입버릇처럼 얘기했다.
삼성을 떠난 박 코치는 KIA 타이거즈를 거쳐 넥센으로 와 또다른 히트상품을 내놨다. LG 트윈스에서 만년 기대주로 꼽히면서도 기량을 꽃피우지 못한 채 넥센으로 트레이드된 박병호였다. 박병호는 넥센에 온 뒤 LG 시절과 견줘 180도 다른 선수가 됐다. 지난해 트레이드 이후 12홈런으로 잠재력을 드러내더니 올 시즌 31홈런 105타점을 기록하면서 부문 1위에 올랐고 시즌 MVP까지 거머쥐었다. 박병호도 주저 없이 자신의 기량과 성적 향상에 가장 많은 도움을 준 이로 박 코치를 꼽는다.
박 코치가 이번에 롯데행 결심을 굳혔을 때 마지막까지 망설인 이유는 있다. 바로 박병호와 마무리훈련에서 함께 땀흘리던 이성열 때문이다. 박 코치는 "아직 (박)병호와 통화는 못하고 문자메시지만 주고 받았다"고 했다. 박병호는 '코치님, 아쉽긴 하지만 롯데에 가시게 된 것 축하드려요. 저는 열심히 뛰겠습니다'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박 코치는 "아무래도 병호가 무척 섭섭해 하는 것 같아 마음이 무겁다"고 했다.
박 코치는 "병호는 (이)승엽이와 공통점이 있다"며 "둘 다 다른 선수들과 견줘 정말 성실하다"고 했다. 박 코치는 "승엽이는 프로입단 후 성공가도를 달렸지만 병호는 그렇지 못했다. 어떻게 보면 눈물젖은 빵을 누구보다도 많이 먹어본 선수"라며 "그렇기 때문에 내년 시즌이 더 중요하다는 걸 선수 본인도 잘 알고 있다. 내가 팀을 떠나지만 병호는 넥센 중심타자로 제몫을 충분히 할 거라 믿는다"고 강조했다.
박 코치가 박병호 만큼이나 넥센에서 눈여겨 본 선수가 이성열이다. 올 시즌 도중 두산 베어스에서 트레이드를 통해 유니폼을 갈아입은 이성열에게 박 코치는 가능성을 봤다. 박 코치는 "(이)성열이는 조용한 성격이라 먼저 다가오지 않았다"며 "그런데 마무리훈련부터는 내게 먼저 와 이것 저것 물어보고 훈련에 대한 의욕을 보였다. 그런데 내가 이렇게 팀을 떠나게 돼 정말 미안하다"고 했다. 선수들에게 롯데행 통보를 했을 때 가장 아쉬워했던 선수가 이성열이었다.
박 코치는 롯데에서 전임 박정태 코치가 맡았던 타격코치로 활동한다. 롯데는 넥센에 비해 팀 전체 타력이 앞선다. 그러나 좌우타자 균형이 잘 맞지 않는다는 약점이 있다. 손아섭과 박종윤 정도를 제외하면 좌타자가 부족하다. 박 코치는 "넥센에서는 선수를 키우는 데 좀 더 초점을 맞췄지만 롯데에서는 있는 전력을 더 끌어올려야 하는 차이점이 있다"고 했다. 그는 "분위기와 선수구성이 다르지만 새로운 도전"이라고 얘기했다.
부산으로 간 박 코치는 13일 김시진 감독과 함께 코칭스태프 미팅에 참가한다. 그는 다음날부터 열리는 팀 마무리훈련에서부터 롯데 선수들의 타격을 지도하게 된다.
조이뉴스24 류한준기자 hantaeng@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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