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의기자] LG 트윈스가 내부 FA 이진영(32)과 정성훈(32)을 잡는데 성공했다. 지난해 FA 3명(이택근, 송신영, 조인성)을 모두 타구단에 넘겨줬던 것과는 사뭇 다른 행보다.
이진영과 정성훈의 팀 잔류에는 김기태(43) 감독의 역할이 컸다는 이야기가 들린다. 두 선수 모두 LG에 남은 이유로 김기태 감독의 존재를 꼽았다. 이진영은 쌍방울-SK에서도 김 감독과 함께한 인연이 LG에서도 이어졌고, 정성훈은 김 감독의 광주일고 후배다. 분명히 김 감독의 영향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것이 바로 김 감독이 LG의 전임 감독들과는 다른 점이다.
김 감독은 팀내 베테랑들의 신임을 듬뿍 얻고 있다. 올 시즌 주장 이병규를 비롯해 투타 최고참 류택현, 최동수와도 끈끈한 사이다. 박용택 역시 김 감독을 '진짜 리더'라고 생각하고 있다. 베테랑들 사이에서 감독에 대한 불만은 찾아볼 수 없다. 감독이 선수단을 장악하기 위한 모범답안이라고도 볼 수 있다.
이제 공은 고참들에게 넘어갔다. 감독이 선수단 전원을 세세하게 관리할 수는 없는 일이다. 물론 김 감독은 어린 선수들과도 직접 소통한다. 하지만 한계가 있다. 이제 감독과의 교감이 깊은 고참들이 후배 선수들을 관리하는데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때론 쓴소리도 하며 분위기를 다잡고, 힘들어 하는 후배들을 다독이는 것도 고참들의 역할이다.
양승호 전 롯데 감독은 과거 "나는 홍성흔, 조성환, 이대호, 김사율만 관리하면 된다"고 말한 적이 있다. 고참들에게 감독의 뜻을 확실하게 전달하면 고참들이 알아서 어린 선수들과 함께 팀 분위기를 만들어간다는 뜻이다. 이런 분위기가 자리잡은 롯데는 어느새 5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성공하며 강팀으로서의 입지를 다지고 있다. 비단 롯데에만 국한된 얘기가 아니다.
사실 그동안 LG의 팀워크는 끈끈하다고 표현할 수 없었다. 워낙 개성이 강한 선수들이 모여있다 보니 하나로 뭉치기 어려웠다. 이는 곧 성적과 연결됐고, LG는 지난 2002년 이후 10년째 가을잔치의 변방으로 물러났다. 그 이면에는 베테랑들의 마음을 얻지 못했던 사령탑들의 영향도 있었다.
일단 김기태 감독의 리더십이 올 한 시즌을 지나면서 씨앗을 뿌렸다. 싹을 틔우고 꽃을 피우는 역할은 고참들의 몫이다. 이병규, 박용택 등 팀의 터줏대감들을 비롯해 4년 전 FA 이적해와 앞으로 또 4년간 팀에 머물게 된 이진영과 정성훈이 바로 그 주인공들이다. 투수조에서는 봉중근의 어깨가 무겁다.
감독과 베테랑들의 끈끈한 관계가 젊은 선수들에게까지 이어질 때 LG는 진정한 팀워크를 갖추게 된다. 앞으로 김기태 리더십의 성공 열쇠는 고참들이 쥐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조이뉴스24 정명의기자 doctorj@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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