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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태 감독 "케미스트리 좋아진 건 수확"


[김형태기자] "가족적인 분위기는 조성된 것 같습니다."

28일 잠실구장. 오후 한때 쏟아진 폭우로 LG 선수단은 경기 전 훈련을 취소했다. 김기태 LG 감독은 감독실에서 장시간 미팅을 주재했다. 올 시즌을 되돌아보고 내년 시즌 구상을 위한 준비에 한창이었다.

초보 감독 딱지를 아직 떼지 못한 그는 줄담배를 피고 있었다. 다사다난했던 한 시즌을 보낸 탓인지 흰머리도 부쩍 늘었다. 김 감독은 "하루에 두 갑은 피는 것 같다"며 "초반에는 안 그랬는데, 요즘은 손에서 담배를 놓지 못한다"고 했다.

김 감독은 올 시즌을 되돌아보면서 "포수 문제가 가장 골치 아팠다"고 했다. 심광호와 김태군, 윤요섭 등을 두루 기용해봤지만 저마다 조금씩은 아쉬움이 있었다.

타격이 뛰어나면 수비가, 수비가 괜찮으면 공격력이 떨어지는 문제가 불거졌다. 김 감독은 "내년을 대비하기 위해선 베테랑 포수가 필요하다"면서 "내가 모든 걸 결정할 수는 없어서 조심스럽지만 외부에서 데려오든지 내부에서 키우든지 확실한 주전감을 물색해야 한다"며 포수 포지션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사실 LG의 문제는 포수뿐이 아니다. 선발과 불펜, 그리고 몇몇 포지션을 제외한 야수진도 기대에 미치지 못한 게 사실이다. 더구나 현역 시절 '대구의 양준혁, 전주의 김기태'로도 불릴 만큼 최고 선수로 명성을 날린 김 감독이다. 엘리트코스만 밟아본 그로선 사령탑 첫 해의 결과가 여러모로 성이 차지 않을 수 있다.

그래도 희망은 있었다. 김 감독은 "선수들이 가족적인 분위기를 조성한 건 가장 큰 성과다"고 했다. 한때 "모두가 스타플레이어"란 뼈있는 말을 들었던 LG다. 김 감독 부임 후 다른 건 몰라도 선수단의 '케미스트리' 만큼은 몰라보게 달라졌다는 평가다.

김 감독은 "선수들이 열심히 했지만 결국 고비를 넘지 못했다. 시즌 중반까지는 잘 했는데, 한때 7연패까지 부진이 이어지면서 자신감이 떨어진 게 컸다. 그 때는 감독인 내가 선수단의 중심을 잡아줬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며 자성의 목소리를 냈다.

올해로 LG는 10년 연속 포스트시즌 탈락이 결정됐다. 시즌 전 선수단 전력을 감안하면 '가을 야구'를 기대하기엔 무리였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LG가 다시 상위권으로 도약하기 위해선 좀 더 멀리 보고 장기적으로 팀을 꾸려야 한다는 주장이 자연스럽게 뒤따른다.

LG는 시즌을 마치면 선수단의 현 상태를 면밀히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김 감독은 "무엇이 부족하고 잘 됐는지, 그리고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하나하나 따져볼 생각이다. 선수단 보강 방안도 함께 고민해봐야 할 것 같다"며 흰 담배 연기를 내뿜었다.

조이뉴스24 잠실=김형태기자 tam@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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