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급조돼 탄생한 시민구단 광주FC. 강등제의 첫 희생양이 된 후 파열음은 너무나 컸다.
K리그 막내구단 광주FC는 1일 전남 드래곤즈와 44라운드를 끝으로 2부리그로 강등됐다. 내년 광주는 2부리그에서 뛰면서 1부리그 승격을 모색해야 한다.
첫 강등팀으로 결정되면서 광주는 혼란에 빠졌다. 누구도 접해보지 않은 상황이라 더더욱 그렇다. 선수단은 대거 이적이 예상되는 가운데 선장이었던 최만희 감독은 사퇴를 선언하며 강등에 대한 책임을 지겠다고 했다.
광주의 탄생은 2003년 국군체육부대(상무)를 끌어들여 연고지 협약을 맺은 것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한국프로축구연맹에 가입비 10억원, 축구발전기금 30억원 등 총 40억원의 시 혈세가 들어갔다. 상무를 8년간 운영한 광주시는 시민구단을 만들지 않으면 40억원을 날릴 판이었다. 한 차례 연고지 연장을 한 끝에 어렵게 시민구단 광주FC를 탄생시켜 2011년부터 리그에 참여했다.
그러나 출발부터 잡음이 끊이질 않았다. 시민구단을 급조하면서 사무국 구성부터 삐걱거렸다. 공모를 통해 임명한 박병모 단장의 자격 때문이었다. 박 단장은 구단주인 강운태 광주광역시장의 선거캠프 홍보본부장이었다. 보은인사라는 지적이 끊이질 않았다.
구단 직원 채용과정에서는 지원자로부터 돈을 받았다는 배임수재 혐의로 수사를 받았으나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이 과정에서 팬들은 결과와 상관없이 구단의 이미지가 실추됐다며 해명을 요구했다. 박 단장은 사실관계 해명을 요구한 일부 팬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하기도 했다.
스포츠 전문 경영인이 아닌 박 단장과 풍부한 경력의 최만희 감독은 갈등의 골이 깊어졌다. 최 감독은 코치, 감독, 부단장 등을 두루 거치며 구단 경영을 잘 알고 있어 박 단장과 생각이 다를 수밖에 없었다. 결국, 두 사람은 말조차 제대로 섞지 못하며 지난 2년을 보냈다.
최 감독은 전남과의 최종전 종료 뒤 사퇴 의사를 밝히며 박 단장을 집중 성토했다. 그간 광주에서 불거진 선수단 숙소, 식사, 용품 지원 문제부터 시작해 연습장, 승리수당, 선수 영입 등에서 박 단장이 제대로 한 일이 없다며 분노를 폭발시켰다. 이야기는 길어졌고 최 감독은 "단장은 선수들이 최선을 다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그것이 단장과 구단이 존재하는 목적이다. 하지만, 그런 여건이 형성되지 않았다. 절대 불화설이 아니다"라며 박 단장의 태도를 문제 삼았다.
두 사람의 분열이 커진 데는 중간 전달자 역할을 해야 할 프런트의 부재도 컸다. 광주는 창단 후 프런트와 선수단 사이의 다리 역할을 했던 선수지원팀장들이 1년을 버티지 못하고 물러났다. 이들은 타 구단에서 일을 했던 경력자들이었다. 누구보다 구단 사정을 잘 아는 이들이 떠날 수밖에 없었던 데는 스포츠 구단의 특성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박 단장에 1차적인 책임이 있다는 것이 최 감독의 생각이다.
최 감독이 직접 거론한 허재원, 박병주 등에서 문제의 심각성을 엿볼 수 있다. 이들은 올 시즌을 앞두고 자유계약선수(FA) 자격으로 제주 유나이티드로 이적했다. 선수 측에서는 FA가 된 만큼 연봉 인상을 요구했고 시민구단 광주 입장에서는 난색을 표시할 수밖에 없었다. 보통의 연봉 협상은 양측이 줄다리기를 하면서 합의점을 찾아가게 마련이다. 이들 역시 마찬가지로 구단의 어려운 사정을 감안해 어느 정도는 희생하겠다며 잔류의사를 밝혔고 최 감독은 고마움을 표시했다.
그런데 둘은 제주로 이적했다. 연봉 인상에 대한 최 감독과 박 단장의 이견이 컸다. 최 감독은 강등제가 도입되는 상황에 주전급 자원을 반드시 잡아야 했다. 그런데 박 단장은 이를 이해하지 못했다.
최 감독은 "예를 들어 한 선수에게 1년에 2억원씩 3년 계약을 했다고 치자. 그러면 박 단장은 왜 이 선수에게 3년 동안 6억원씩이나 지급하냐라는 식이다"라고 답답함을 전했다. 스포츠 구단의 특성상 장기적인 관점에서 선수의 가치를 파악해야 했지만 큰돈을 쓰는 것 자체에 부정적이었다는 것이다. 결국, 이런 분위기 속에 선수지원팀장들은 책임을 지고 줄사표를 썼다.
용품지원이나 숙소, 식사 문제, 연습구장 등은 선수단이 오래 전부터 속으로 불만을 쌓아왔던 것들이다. 광주는 전용 연습구장을 마련하지 못해 광주시내 몇몇 기업의 사내 운동장을 빌려 썼다. 올해까지 완공하겠다던 클럽하우스는 건립조차 이뤄지지 못했다. 한 숙박업소를 개조해 숙소로 사용하려던 계획도 사라졌다. 용품 역시 지원이 늦어져 제대로 훈련을 소화하지 못하기도 했다.
식사 문제는 프로 구단으로서 당연히 중시해야 할 스포츠 영양학의 기본조차 되어 있지 않았다. 숙소 근처의 식당에서 밥을 먹었는데 주반찬, 부반찬 등이 일반 식당의 백반 수준이었다. 체육평생교육학으로 중앙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학구파 출신의 최 감독이 보기에는 황당할 수밖에 없었다. 최 감독은 "선수들에게 일반밥을 먹고 훈련을 하라는데 이게 도대체가 말이 되느냐"라며 울먹이기까지 했다.
광주 구단의 한 관계자는 "단장님도 최선을 다했다. 강등되는 불명예를 스스로 떠안고 싶지는 않았을 것이다. 나름대로 노력을 했다"라고 전했다. 하지만, 다른 관계자는 "취임 초기부터 스포츠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는 말이 많았다. 결국, 이 문제가 쌓여서 지금에 이르게 된 것이다. 구단 내부에서도 뭐라 말하지 못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조이뉴스24 광주=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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