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태기자] '제2의 김동주.'
두산 윤석민(28)은 오랫동안 그렇게 불렸다. 김동주 같은 대스타가 될 수 있는 잠재력이 있는 선수라는 기대감이었다. 한 편으로는 아직 제 자리를 잡지 못했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가능성은 있지만 보여준 게 별로 없었기 때문이다.
지난 시즌을 치르면서 윤석민은 비로소 자신의 이름 석자를 각인시켰다. 중심타선에 꾸준히 기용되면서 2004년 프로 입단 후 가장 많은 경기(109경기)에 나섰다. 타율 2할9푼1리 10홈런 48타점을 기록했다. 극심한 공격력 침체에 시달린 두산에서 유일한 두자릿수 홈런을 쳐냈다. 타율과 홈런 타점 모두 개인 최고기록이었다.
지난해가 윤석민에게 '터닝포인트'였다면 올 해는 수준급 선수로 뻗어나가야 하는 시즌이다. 구단 안팎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서도 '확실한 뭔가'를 보여줘야 한다. 구단 환경도 달라졌다. 지명타자 홍성흔의 가세로 포지션별 경쟁이 무척 치열해졌다. 특히 3루수와 1루수, 지명타자 자리는 주전 경쟁이 불을 뿜고 있다. 모두가 윤석민의 포지션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외야 수비도 대비해야 할 판이다.
윤석민은 장점이 뚜렷한 선수다. 두꺼운 허벅지와 단단한 체구에서 나오는 파괴력이 무척 뛰어나다. 타석에서 쉽게 흥분하지 않는다. 반면 공을 기다리기보다는 치려는 성향이 강하며 타격 사이클에 기복이 있는 편이다. 지난해 기록한 10홈런 중 절반인 5개가 '홈런 공장' 대전구장에서만 나온 점도 생각해봐야 할 부분이다.
윤석민의 구리 인창고 시절 스승이기도 한 김진욱 두산 감독은 윤석민 얘기가 나올 때마다 기대감과 아쉬움을 동시에 내비친다. 한 단계만 올라서면 지금보다 훨씬 잘 할 수 있는 선수인데, 그러질 못해 안타깝다는 반응이다. 지난해 성적보다 훨씬 잘 할 잠재력이 있는 만큼 스스로 알을 깨려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윤석민도 자신에 대한 주위의 기대를 잘 알고 있다. 올 시즌이 야구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시기라는 점도 자각하고 있다. 그래서 그는 이번 겨울을 알차게 보내고 있다. 겨우내 꾸준한 피트니스 훈련으로 근력 보강에 열중했고, 집 근처 체육관에서 배드민턴으로 유연성 강화에도 힘을 기울였다.
윤석민은 메이저리그 최고의 강타자 앨버트 푸홀스가 롤모델이다. 푸홀스처럼 모든 면에서 약점이 없는 파워히터가 꿈이다. 야구 재능만큼은 남 부러울 것 없는 그다. 아직 갈 길은 멀지만 부단한 노력과 경험이 더해진다면 국내 무대를 호령할 시기가 반드시 올 것으로 믿는다. 그 때를 위해 윤석민은 차가운 날씨에 허연 입김을 내뿜으며 자신과의 싸움에 열중하고 있다.
조이뉴스24 김형태기자 tam@joynews24.com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