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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천수, '존경'과 '재능'은 별개다


[최용재기자] 이천수(32)가 K리그로 돌아왔다. 우여곡절 끝에 인천 유나이티드 유니폼을 입었다.

이천수는 27일 열린 인천 유나이티드 입단식에 참석해 목표를 밝혔다. 의외의 목표였다. 시즌 몇 골, 인천의 스플릿 시스템 A그룹 진출, 자신의 기량의 회복, 참회와 용서의 기회 등을 예상했지만 아니었다. 이천수의 입에서는 '존경'이라는 단어가 나왔다. 이천수는 자신의 목표를 후배들에게 '존경받는 선수'가 되는 것이라 했다.

확실한 것은 현재 이천수는 존경받는 선수가 아니다. 그를 둘러싼 사건, 사고가 끊이지 않았다. 그것도 도가 넘는 사고들이었다. 지금 상황에서 보면 이천수는 후배들에게 존경의 대상이 아니라 그렇게 되지 않아야 할 대상 1호다.

2008년 12월 '훈련 불참 및 코칭스태프의 지시 불이행' 등을 사유로 이천수는 수원 블루윙즈로부터 첫 번째 임의탈퇴를 당했다. 2009년 전남 드래곤즈가 손길을 내밀어 입단했지만 개막전에서 '주먹감자' 논란을 일으켰다. 이 일로 인해 이천수는 제재금 600만원과 함께 출전정지 기간 동안 홈 경기 페어플레이 기수 참여라는 굴욕적인 징계를 받았다.

그리고 그 해 이천수는 전남과 다시 한 번 파문을 일으켜 두 번째 임의탈퇴 공시를 받게 된다. 훈련 불참은 이어졌고 급기야 코칭스태프와 몸싸움까지 벌였다. 프로 선수로서 해서는 안 되는 일이었다.

전남을 떠난 후 이천수는 그야말로 '악동'의 아이콘이 됐다. 불성실한 태도와 사생활 스캔들, 그리고 팀 내 불화를 조장할 수 있는 가능성. 언제 또 무슨 일로 구설수에 오를지 모르는 불안함. 이것이 바로 이천수가 지금까지 가지고 있는 가장 큰 이미지다.

웬만한 선수가 이런 일을 저질렀다면 K리그 복귀는 꿈꿀 수도 없다. 그런데 이천수는 다시 복귀했다. 두 번의 임의탈퇴를 당한 전력이 있지만 다시 기회를 얻었다. 이유는 단 하나다. 이천수의 천부적인 재능이 아까워서였다. 모두가 인정하는 이천수의 축구 재능. 차범근 당시 수원 감독도, 박항서 당시 전남 감독도 그랬다. 김봉길 인천 감독 역시 이천수의 재능을 강조하며 그를 받아들였다.

이천수가 그 동안 보여준 재능과 한국축구에 남긴 업적은 대단하다. 이천수는 2002년 한·일월드컵 4강 신화의 주역이었다. 2006년 독일월드컵 토고전에서는 한국의 월드컵 원정 첫 승을 올릴 때 동점골의 주인공이었다. 올림픽과 아시안컵 등 주요 국제대회에서 오랜 기간 대표팀의 중심이었다. 또 K리그에서의 업적, 해외진출의 선봉 등 이천수가 해낸 일은 많다. 그의 재능에 반문할 이는 없다.

하지만 '존경'과 '재능'은 별개의 문제다. 존경받는 선수가 재능을 가질 수 있지만 재능을 가진 선수가 무조건 존경을 받지 않는다. 이천수는 재능을 가진 선수지만 존경을 받는 선수는 아니라는 의미다. 지금까지 해온 이천수의 행보를 존경하고 따라갈 후배는 한 명도 없다.

그런데 이천수는 복귀하면서 새로운 목표를 존경으로 잡았다. 이천수의 변화를 느낄 수 있는 부분이다. 재능을 앞세워 다시 날개를 다는 것보다 축구 인생 차제의 질을 높여 아름다운 마지막을 장식하고 싶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따라서 이천수는 앞으로 다른 길을 걸어야 한다. 자신이 세운 목표의 방향으로 가야 한다. 지금까지와는 다른 축구 인생을 살아야 한다. 재능을 예전처럼 끌어올리는 것보다 더욱 중요한 것이 후배들에게 모범이 되는, 후배들에게 미래를 제시할 수 있는 선배가 돼야 한다. 이천수를 롤모델로 삼는 후배들이 등장해야 한다.

결국 이천수에게 달려있다. 사건, 사고의 아이콘이 아닌 배려와 희생, 그리고 감동의 중심으로 나아가야 한다. 더 어려운 일이다. 타고난 재능을 인정받는 것보다 존경받는 것이 더 힘들다는 것을 본인도 잘 알 것이다. 이천수는 스스로 더 어려운 길을 택했다.

조이뉴스24 /최용재기자 indig80@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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