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골 넣는) 순간을 너무나 기다렸어요."
수원 삼성 정대세는 올 시즌 K리그 클래식에서 15골을 넣겠다고 선언했다. 지난해 독일 분데스리가 FC쾰른에서 기회를 얻지 못했던 응어리를 수원 유니폼을 입고 한국 무대에서 마음껏 뿜어내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그런데 시즌 개막 후 정대세의 골 소식은 없었다. 잔부상까지 겹치면서 힘든 시간을 보냈다. 주변에서는 그에 대한 기대감이 컸지만 역설적으로 그것은 부담으로 되돌아왔다.
지난 3일 가시와 레이솔(일본)과의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3차전은 절호의 기회였다. 그에게는 페널티킥에서 두 차례나 키커로 나서는 기회가 주어졌다. 하지만, 정대세는 두 차례 모두 실축하며 고개를 숙였다.
그야말로 치욕적인 경기였다. 수원도 가시와에 2-6으로 대패하며 홈 역대 최다 실점이라는 불명예 기록을 썼다. 일본 J리그 가와사키 프론탈레 시절 가시와전에서 5골을 넣으며 강한 모습을 보였던 정대세에게도 악몽이요, 잊어야 하는 경기였다.
마음을 일신한 정대세는 6일 대구FC와의 K리그 클래식 5라운드 홈경기에서 기다리던 데뷔골을 넣었다. 전반 32분 서정진의 패스를 놓치지 않고 오른발로 차 넣었다. 세리머니를 할 정신이 없었던 정대세는 그대로 무릎을 꿇고 눈물을 흘렸다. 빗물이 그의 뺨을 치면서 눈물을 가렸지만 쏟아지는 감정을 주체하지는 못했다.
골을 넣은 정대세는 후반 9분에는 스테보에게 날카로운 침투패스를 이어주며 도움 1개까지 해냈다. 1골 1도움 활약. 덕분에 수원도 가시와 쇼크에서 탈출해 대구를 3-1로 물리쳤다.
정대세는 경기 후 "가시와전에서 너무 창피한 경기력을 보여줘 속상한 마음이었다. 그래서 오늘 더 열심히 뛰자고 했다"라며 "(골을 넣지 못해) 불안감도 커지고 잠도 많이 못잤다. 팀 동료들이 '오늘은 골을 넣겠지'라는 위로의 말도 부담스러웠다. 어쨌든 남은 시즌 큰 영향을 줄 것 같다. 오늘 밤은 잘 잠들 것 같다"라고 웃었다.
득점 후 흘린 눈물에 대해서는 "그냥 그 순간을 너무나 마음속으로 기다렸다. 첫 골을 넣을 수 있어서 좋았다. 세리머니를 할 여유는 없었다. 눈물이 계속 흐르더라"라며 가슴 벅찼던 순간을 기억했다.
팀을 위한 골을 넣으며 부담을 지운 정대세는 가시와전 두 차례 페널티킥 실축해 대해서도 "축구 인생에서 그런 적이 없었다. 두 번 실수하고 한 골도 넣지 못해 너무 부끄럽고 속상했다"라며 "두 번 실수가 현역 선수로는 처음일텐데 너무 속상했다. 그래도 지금 해야 하는 일에 더 집중해야 한다"라고 훌훌 털어냈음을 전했다.
가시와 원정에서는 반드시 이기겠다는 정대세다. 그는 "홈에서 참패를 했지만 이길 수 있는 경기였다. 원정에서 쉽지는 않겠지만 절대 질 수 없다. 이기겠다"라고 말했다.
조이뉴스24 수원=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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