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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현경 "김인권, '내가 네 얼굴이면 벌써 떴다'고"(인터뷰)


영화 '전국노래자랑'서 김인권과 부부 호흡

[권혜림기자] 배우 류현경은 소탈하고 담백했다. SBS 예능 프로그램 '런닝맨'에서 이경규의 주문에 따라 각기춤을 추고, 꾸밈 없는 표정으로 쉴 틈 없이 건물 안을 뛰어다니던 그 모습 그대로였다.

영화 '전국노래자랑'에서 가수를 꿈꾸는 남편 봉남(김인권 분)의 아내 미애로 분한 류현경은 현실에 지친 영화 속 캐릭터와는 180도 달리 에너지 넘치는 얼굴로 기자를 맞았다. 극 중 구수한 김해 사투리를 구사하며 철 안 든 남편 탓에 속을 태우는 그 배우가 맞나 싶을 정도였다.

지난 4월29일 서울 신문로의 한 카페에서 류현경을 만났다. 그는 영화 '전국노래자랑'의 촬영 뒷이야기는 물론, 최근 방영돼 호응을 얻었던 '런닝맨'의 에피소드까지 유쾌하게 털어놨다.

"힙합 음악을 정말 좋아해요. 개리, 하하 오빠와도 친한데, '런닝맨' 역시 그 덕분에 즐겁게 촬영할 수 있었어요. 사실 SBS '화신' 촬영 땐 (김)인권 오빠나 저나 토크쇼에 익숙치 않아 말을 잘 못 했거든요. '런닝맨'에선 열심히만 하자고 생각했어요. 호흡이 척척 맞는 '런닝맨' 팀을 보니 몰입이 저절로 됐고 전의가 불타올랐죠.(웃음)"

그러나 예능 프로그램 속 통통 튀는 류현경의 모습은 '전국노래자랑'에선 찾아볼 수 없다. 그가 연기한 인물 미애는 남편 봉남을 한없이 애잔하게 바라보면서도 미용 일을 하며 생계를 꾸려야 하는 현실의 고단함에 지친 캐릭터다.

미애는 영화의 주연급 인물들 중 유일하게 노래와 거리가 먼 인물이지만, '전국노래자랑'으로 가수의 꿈을 이루고자 하는 봉남의 이야기가 극의 중심인 만큼 그의 연기 역시 관객들의 시선을 오래도록 붙잡는다. 특히 사랑하는 남편에게 꿈 대신 현실을 택하길 종용할 수밖에 없는 미애의 속사정은 여성 관객들의 공감을 자아낼 법하다.

"기본으로 제 성격은 밝지만, 그 안에는 무수히 많은 감정이 있어요. 우리 엄마와 아빠, 친구들도 다 그런 것 같아요. 촬영장을 가면 그런 감정을 살려 연기할 수 있는 환경을 제대로 만들어주셨어요. 저를 온전히 미애로 만들어 주셨죠. 저를 아예 버리고 다른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니라, 제 안에 있는 면을 끄집어내는 방식으로요. 미애를 연기하며 '내가 나이를 먹었구나' 하고 생각하게 됐어요. 이제 서른을 넘은 나이지만, 그 전이었다면 미애를 잘 연기하지 못했을 것 같아요. '전국노래자랑'은 제가 나이를 잘 먹어가고 있다고, 세월을 잘 겪고 있다고 생각하게 만들어 준 영화에요. 제겐 진짜 좋았던 작품이죠."

미용사인 미애를 연기하며 류현경과 의상 스태프들은 코트와 스웨터 하나에도 각별히 신경을 썼다. 전세금이 없어 쩔쩔매는 미애가 화려한 옷과 메이크업으로 치장하고 등장한다면 관객은 의아하게 여길 수밖에 없다. 미애가 입고 나오는 단 한 벌의 코트, 번갈아 가며 등장하는 두어 벌의 니트는 그런 고민의 결과물이었다.

"감독님과 코트를 한 벌로 하면 어떨지 논의를 했어요. 원래 2~3벌의 코트가 있었지만, 그 중 가장 예쁜 걸로 한 벌만 입자고 결정했죠. 몇 장면을 이미 촬영한 상태에서 '코트의 무늬 때문에 화면이 울 수 있다'는 말을 들었는데, 다시 찍거나 다음 장면부터 다른 코트를 입어야 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였어요. 절대 안 된다며 스크립터에게 '어떻게 됐노'하고 수없이 물어봤죠. 다행히도 화면에 문제가 없어 한 벌로 쭉 갈 수 있었어요."

영화에서 부부 연기를 펼친 김인권과는 약 10년 전 한 중편 영화에서 연인으로 분하며 인연을 쌓았다. 아역 배우 출신으로 오랜 연기 경력을 자랑하는 류현경에게 김인권은 "내가 네 얼굴이었으면 벌써 떴다"고 내심 안타까운 마음을 표했다고 한다. 미모와 탄탄한 연기력 모두를 갖췄지만, 스타로 성장한 다른 여배우들에 비해 류현경의 행보가 지나치게 잔잔하다는 평가였다.

"(김)인권 오빠가 안타까워한 적이 있어요. '현경이는 남들 다 앞서가도 제 할 것만 하고 있더라'고 말씀하셨죠. 뭔가 일깨워주려고 그러셨는지 '내가 네 얼굴이었으면 벌써 떴다'고도 하셨어요.(웃음) 승승장구하는 다른 사람들을 보면서도 제가 그냥 '올라가세요'하고 있다는 거에요. 꼭 나이 지긋한 할머니처럼요. 올라가는 것과 내려가는 것의 차이가 뭔지 물으니 나중에 알게 될 거라고 하시더라고요.(웃음)"

류현경에 앞서 조이뉴스24와 만난 김인권은 "이 영화에 3천만 관객이 들었으면 좋겠다"는 말로 흥행에 대한 기대를 드러낸 바 있다. 류현경에게 이야기를 전하자 "송해 선생님도 같은 말씀을 하셨었다"고 웃으며 답했다.

"송해 선생님께서 33년 된 프로그램인 KBS 1TV '전국노래자랑' 출연진과 그들의 가족, 현장에서 경연을 본 분들 등 그 분들의 숫자를 계산해보면 영화에 3천만 관객이 들어야 한다고 하셨어요. 이 영화는 누구 한 명의 특별한 이야기가 아니에요. 우리들의 이야기니 볼 수밖에 없죠. 그 무수한 사연들 중에서 보여주고 싶은 이야기들, 좋은 이야기들을 정성껏 준비했어요. 감독님, 배우들, 스태프들 모두 그런 마음으로 영화를 만들었죠. 예선 장면을 찍을 때, 제 촬영 분량은 없었지만 그냥 현장에 간 적이 있어요. 노랠 잘 하는 분들이 정말 많은데다, 한 순간 뭉클하게 만드는 참가자들도 많았어요. 특히 우리 어머니와 아버지 세대 분들의 노랠 들을 때면 '지금도 저렇게 잘 하시는데 얼마나 큰 꿈이 있으셨을까'싶더라고요. 우리 영화도 그런 영화에요. 꿈과 삶을 모두 그린 영화요."

'전국노래자랑'은 대한민국 최장수 노래 경연 프로그램 KBS 1TV '전국노래자랑'을 소재로 한 영화다. '복면달호' 이후 6년 만에 제작자로 돌아온 이경규는 이번 영화에 각본가로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김인권·류현경·김수미·오광록·유연석 등이 출연하며 이종필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1일 개봉해 상영 중이다.

조이뉴스24 권혜림기자 lima@joynews24.com 사진 조성우기자 xconfind@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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