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수원 삼성 서정원 감독은 올 시즌 매 라운드마다 1~3년차 젊은 선수들을 과감하게 선발로 기용하고 있다. 대부분이 23세 이하 선수들이다. 올해부터 23세 이하 선수 1명 이상을 엔트리에 넣게 돼 있지만 특히 수원은 더 많이 젊은피를 활용하면서 체질개선에 나서고 있다.
이는 서정원 감독의 강력한 의지와 인건비 과다 지출로 고민중인 수원 구단의 경영 효율화가 맞물린 결과이기도 하다. 수원은 한국프로축구연맹이 발표한 외국인 선수를 제외한 선수단 연봉 총액에서 부동의 1위를 기록했다. 매 시즌 거액을 들여 스타 선수를 영입해 '레알'이라는 별칭이 따라붙었던 수원이었다.
수원 측은 연맹의 연봉 총액 발표에 여러가지 불만이 있지만 돈 많이 쓴다는 이미지의 굴레를 벗기는 어려운 일이었다.
구단의 미래를 고민하던 수원은 2007년 18세 이하(U-18, 매탄고), 2009년 15세 이하(U-15, 매탄중) 팀 창단에 이어 올해 육성반인 12세 이하(U-12) 팀까지 탄생시키며 산하 유소년 시스템을 완성했다. 울산 현대, 포항 스틸러스 등 같은 기업구단들이 오래 전부터 투자해 효과를 보고 있는 유소년 시스템은 수원에도 한 줄기의 빛이 되고 있다.
지난 5일 인천 유나이티드와의 10라운드는 수원의 젊은 선수 육성 정책에 대한 믿음이 굳어졌다는 것을 확인하는 경기였다. 이날 11명의 선발 멤버 중 23세 이하는 홍철(23), 신세계(23), 김대경(22) 등이 포함됐다. 대기명단에는 추평강(23), 민상기(22), 박용준(20), 권창훈(19) 등이 이름을 올렸다.
총 18명 중 23세 이하가 7명이었고 이중 6명이 경기에 나섰다. 후반 교체 카드로 추평강, 민상기, 권창훈이 투입됐다. 더욱 눈여겨 볼 점은 매탄고 출신(권창훈, 박용준, 연제민)이 3명이나 됐다는 것이다. 이들은 모두 20세 이하 대표로 활약중이다. 젊은피의 힘을 앞세운 수원은 인천에 1-0으로 이겼다.
매탄고는 육성 선수들을 피말리는 경쟁으로 몰아넣고 있다. 한 번 입학하면 졸업이 보장되는 타 구단 유스팀과 달리 매탄고는 1년 생활 후 종합 평가에서 미달되면 일반 학교의 축구부로 전학을 가야한다. 그만큼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내부 경쟁 강화를 바탕으로 서서히 성적을 내더니 올해 2월 백운기 고교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단일대회 첫 우승이라 의미도 남달랐다. 매탄중도 2009년 11월 창단한 뒤 우수 인재가 몰리고 있다.
물론 수원 구단은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라는 반응이다. 이석명 단장은 "언제까지 외부 수혈로 버틸 수는 없다. 내부 인재 육성으로 강하고 젊은 팀을 만들어야 한다"라고 역설했다. 수원 관계자도 "시간이 좀 걸렸을 뿐 유소년 시스템 구축은 시대의 과제였다. 매년 신인을 뽑아놓고도 그냥 썩히는 것도 지나칠 수 없는 일이었다"라며 진정한 푸른피를 이어받은 자원의 육성에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강조했다.
지난 2일 화성 클럽하우스에서 열린 'Blue Blood Day(푸른 피를 나눈 형제)' 행사는 수원의 유소년 시스템 구축을 확인하는 날이었다. 이날 프로팀 1군 선수 16명은 유소년 65명의 멘토가 됐다. 각 포지션별로 나눠 프로 선수가 매탄중, 고교 선수들의 고민 상담과 기술 자문 등을 하는 방식이었다. 수원의 정신을 확실히 심어주면서 엘리트 선수 육성에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의도다.
오스트리아에서 선수로 활약하며 독일 분데스리가를 가까이서 유심히 지켜봤던 서 감독은 "분데스리가가 왜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에서 강세를 보였겠느냐. 10년 전 자기 반성을 하면서 유소년 시스템을 싹 뜯어고쳤다. 멀리 본 투자가 지금의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라며 "수원도 바이에른 뮌헨이나 보루시아 도르트문트처럼 될 날이 올 것이다. 어린 선수들 육성은 피할 수 없는 숙명이다"라고 말했다.
조이뉴스24 /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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