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태기자] "출전만 시켜주세요."
투타의 언밸런스로 고심하는 두산엔 주전 같은 백업이 넘친다. 굳이 주전과 백업을 구분하기도 애매하다. 대체선수들의 실력이 주전을 위협할 정도이기 때문이다. 이른바 농구의 '식스맨' 같은 존재다. 야구는 9명이니 굳이 분류하자면 '10번타자' 쯤 되겠다.
◆3할은 기본
가장 경쟁이 심한 곳은 내야다. 전 포지션에 걸쳐 멀티 플레이어 체제가 구축돼 있다. 우선 주전 유격수 손시헌이 2군에 몸담으면서 기회를 잡은 김재호는 불방망이를 무섭게 휘두르고 있다. 6월 들어 주전 유격수로 나선 그는 5경기 연속 안타 행진 중이다. 탁월한 수비능력에 더해 타격 실력마저 일취월장했다.
특히 지난 4일 잠실 LG전에선 4타수 4안타 2타점으로 팀 승리의 주역이 됐다. 개인 첫 한 경기 4안타여서 기쁨이 두 배였다. 현충일인 6일에도 멀티히트를 기록하는 등 그는 6월에만 타율 5할(18타수 9안타)로 단연 돋보였다. 14경기에 출전한 시즌 타율은 4할1푼7리. 손시헌이 복귀한 현재 그의 활용도를 놓고 코칭스태프는 행복한 고민에 빠지게 됐다.
김재호 못지 않은 선수가 최주환이다. 이른바 '공격형 내야수'로 꼽히는 그는 20경기 동안 타율 3할3푼3리 2홈런 8타점을 올렸다. 몰아치기가 장점인 그는 지난달 30일 사직 롯데전서 4타수 2안타 1홈런으로 맹타를 휘두른 뒤 이달 5일 잠실 LG전에선 3루타 포함 4타수 3안타로 또 한 번 맹활약했다. 아직 타격에 비해 수비력이 다소 떨어지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내야의 2루와 3루를 모두 소화할 수 있어 활용폭이 넓은 편이다. 178㎝ 73㎏로 작은 체구에 비해 만만치 않은 장타력을 보유했다.
야구에서 가장 중요한 포지션 중 하나인 포수에는 최재훈이 있다. 최근 2년간 기량이 급성장했다는 말을 듣고 있는 최재훈은 강점인 수비 능력에 더해 최근에는 타격 능력도 몰라보게 좋아졌다. 줄곧 양의지의 그늘에 가려 있다가 주전으로 기용된 지난달 30일 사직 롯데전부터 3경기 동안 합계 8타수 4안타로 눈에 띄는 활약을 펼쳤다. 블로킹 능력과 송구 능력이 좋아 주자들이 쉽게 뛸 수 없는 포수로도 꼽힌다.
◆공격력 향상의 숨은 주역
외야에선 정수빈과 박건우가 돋보인다. 특히 정수빈은 49경기 109타석이란 제한적인 기회 동안 타율 3할2푼6리로 펄펄 날고 있다. 빠른 발과 영민한 주루플레이로 3루타 5개와 도루 12개를 기록했다. 수비에서도 몸을 사리지 않은 다이빙 캐치를 심심치 않게 선보인다. 무엇보다 득점권 타율 3할9푼4리로 찬스에서 유독 강한 모습이다.
평소에는 순진한 소년 같은 인상이지만 경기에만 출전하면 그의 눈빛은 무섭도록 빛난다. 경기 집중력이 무척 뛰어나다. 이밖에 왼손 투수가 등판하면 나서는 박건우 역시 공수에서 소금같은 활약으로 팀의 활력소 역할을 해주고 있다.
선수층이 두터운 팀은 시즌 후반으로 갈수록 유리하기 마련이다. 부상과 부진으로 주전 중에 이탈자가 나오더라도 그 자리를 금방 메울 수 있다. 반면 너무 치열한 경쟁은 선수들을 지치게 해 장기적으로는 마이너스가 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없지 않다. 올 시즌 팀타율(0.289) 출루율(0.383) 안타(502개) 볼넷(243개) 득점(278점) 부문에서 모두 1위를 달리고 있는 두산 타선의 고공질주 뒤에는 주전 못지 않은 '슈퍼 서브'들이 있다.
조이뉴스24 김형태기자 tam@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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