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태기자] 지난해 두산 베어스 선발진에는 노경은이라는 신데렐라가 등장했다. 2군 및 무명선수를 스타로 키우는 데 남다른 노하우를 가진 두산의 새로운 '깜짝 스타'는 단연 유희관이다. 시즌 23경기(선발 5경기) 56.2이닝 동안 3승1패1세이브 평균자책점 2.70으로 두산 선발진의 새 버팀목이 되고 있다.
140㎞가 안 되는 직구 스피드로 화제를 모으고 있는 그는 전날 잠실 롯데전에선 시속 77㎞ 짜리 초슬로 커브까지 선보였다. 속칭 '아리랑볼'처럼 커다란 곡선을 그리며 떨어지는 이 공에 롯데 타선은 꼼짝하지 못했다.
스트라이크존 한 가운데로 몰리는 공이 없을 만큼 탁월한 제구력에 볼끝이 살아 있는 직구와 각종 변화구로 무장한 그는 등판을 거듭할수록 뛰어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6월 들어 등판한 3경기에서 모두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했고, 월간 평균자책점은 1.71에 불과하다.
시즌 초반만 해도 취재진의 관심에 어색한 웃음으로 일관하던 그는 이제 인터뷰도 스스럼 없이 즐길 정도가 됐다. 21일 잠실 한화전을 앞두고도 그는 취재진에 둘러싸여 이런저런 대화를 즐겁게 나눴다.
무엇보다 좋은 성적을 내면서 그를 알아보는 사람이 늘어났다. 그는 "평소 친분있는 김현수, 이원석, 임태훈 등과 식당을 찾는 적이 있었다. 다른 선수들에게는 사인요청이 있었지만 내게는 그런 게 없었다. 하지만 요즘은 내 이름을 부르면서 사인을 해달라는 사람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인기를 가장 실감할 때는 경기를 마치고 퇴근할 때다. 전에는 다른 선수의 근황을 물어보던 팬들이 이제는 그에게 사인을 해달라며 달려들더란다.
무명의 설움을 오랫동안 겪은 그의 올 시즌 목표는 소박하다. 유희관은 "그저 부상 없이 풀시즌을 잘 치르는 것 뿐"이라며 "굳이 목표라면 많은 이닝을 소화하고 싶다. 나도 불펜 투수를 해봐서 구원투수들의 어려움을 잘 안다. 등판 때마다 최대한 많은 이닝을 소화해서 불펜의 부담을 줄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유희관은 올 시즌 강력한 신인왕 후보 중 한 명이다. 그는 "아무래도 신생팀인 NC 선수들이 유리하지 않겠느냐"면서 "욕심이 없다면 거짓말이겠지만 생각하지 않고 있다. 그저 매 경기 매 이닝에만 집중하고 싶다"고 각오를 밝혔다.
조이뉴스24 잠실=김형태기자 tam@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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