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의기자] LG 트윈스가 오랜만에 위기를 맞았다. 무서운 상승세를 이끌었던 불펜의 힘이 떨어진 것이 확연히 눈에 띈다.
위기는 천적 관계를 청산한 것으로 보였던 넥센 히어로즈와의 맞대결에서 비롯됐다. 지난 5일부터 시작된 넥센과의 주말 3연전을 모두 내준 것. 위닝시리즈 행진에도 마침표를 찍었고, 순위도 3위로 밀렸다.
5일 경기 역전패가 뼈아팠다. 경기 초반 8-4의 리드를 지키지 못하고 10-12로 역전패를 당했기 때문. 투수를 9명이나 등판시키고도 무릎을 꿇은 LG는 다음날, 그 다음날 경기까지 내리 내주며 스윕을 당하고 말았다.
총력전 끝에 당한 패배는 그 충격이 평소보다 더 클 수밖에 없다. LG가 그랬다. 3연전 첫판에서 이상열, 류택현, 정현욱, 이동현, 봉중근 등 불펜 필승조가 전원 투입됐지만 결과는 역전패였다. 아쉬운 패배는 결국 3연패로 이어졌다.
불펜의 주축 투수 정현욱, 이동현, 봉중근이 돌아가며 무너진 것이 가장 큰 불안 요소다. LG가 6월 21경기에서 16승5패(승률 0.761)로 고공행진을 펼칠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강력한 불펜에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거꾸로 불펜의 불안을 걱정하게 됐다.
연패의 시작이던 5일 경기에서 불펜의 불안이 잘 드러난다. 정현욱은 아웃 카운트 한 개를 잡아내는 사이 안타 2개를 맞고 1실점했다. 이동현은 1.1이닝을 소화하며 박병호에게 투런포를 허용해 2실점했다. 8회 긴급 등판한 봉중근도 안타와 볼넷 1개씩을 내주며 3중 도루에 의한 실점까지 허용했다.
시즌 초반부터 LG 불펜의 중심축 역할을 했던 정현욱은 지친 기색이 역력하다. 4월 2할이었던 피안타율이 5월 2할8푼9리, 6월에는 3할4푼3리까지 치솟았다. 불펜 동료들의 분전으로 크게 티가 나지는 않았다. 하지만 정현욱의 부진은 전체적인 불펜진의 과부하로 이어지고 있다.
가장 든든한 셋업맨이었던 이동현도 최근 페이스가 주춤하고 있다. 5일 넥센전에서 박병호에게 투런포를 내준 것을 포함해 최근 4경기 피안타율이 3할5푼2리(17타수 6안타)에 이른다. 이는 이동현이 LG 불펜 투수 중 가장 많은 출전 경기(36경기), 이닝 수(40.2이닝)를 기록하고 있는 것과 무관하다고 볼 수 없다.
LG에는 긴 이닝을 소화할 수 있는 선발 투수가 부족하다. 자연히 정현욱, 이동현 두 셋업맨에게 부하가 걸릴 수밖에 없다. 그리고 두 선수가 부진할 경우 '마무리' 봉중근에게도 영향이 미친다. 봉중근이 8회 등판하는 경우가 잦아지는 것. 최근 봉중근도 시즌 초반에 비해 구위가 무뎌진 느낌이다.
LG 벤치의 '운용의 묘'와 함께 최근 1군에 합류한 유원상의 역할이 중요해졌다. 지난 4일 오랜만에 1군 엔트리에 등록된 유원상은 넥센과의 3연전에 모두 등판해 컨디션을 점검했다. 결과는 일단 합격점. 3경기에서 각각 0.1이닝 무실점-1.2이닝 무실점-1이닝 1실점을 기록했다.
LG는 9일부터 NC 다이노스와 홈 3연전을 치른다. NC 역시 LG에겐 버거운 상대. LG가 올 시즌 상대전적에서 뒤지고 있는 팀은 NC(3승5패)와 넥센(4승7패) 뿐이다. LG가 다시 한 번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불펜의 재정비가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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