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조)동건이가 두 번이나 찬스를 만들어주지 않았나요?"
수원 삼성 서정원 감독은 17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성남 일화와의 K리그 클래식 23라운드에 공격수 조동건을 원톱으로 세웠다. 180㎝의 신장으로 포스트플레이에는 약점이 있지만 동료의 패스를 받아 상대 문전으로 들어가는 능력은 나쁘지 않다.
여름 이적 시장에서 라돈치치, 스테보 등 높이가 좋은 공격수들이 수원을 떠나면서 조동건을 활용하는 플레이는 더 강해졌다. 사실상 제로톱이었고 도박이나 다름 없었지만 효과는 괜찮았다. 동아시안컵 이후 치른 3경기(성남전 제외)에서 조동건은 2골 1도움을 기록하는 좋은 활약을 펼쳐 국가대표팀에 발탁될 수 있었다.
홍명보호에 승성한 조동건은 지난 14일 페루와의 친선경기에 후반 시작과 함께 김동섭(성남 일화)을 대신해 교체 투입됐다. 골은 넣지 못했지만 이근호에게 결정적인 킬러 패스를 연결하는 등 이타적인 플레이로 자신의 기량을 뽐냈다.
페루전을 봤다는 서 감독은 "동건이가 두 번이나 찬스를 만들었다. 플레이 자체도 나쁘지 않았다. 오늘 경기에도 위축될 일은 없을 것이다"라고 전했다.
보통 국가대표에서 제대로 활약을 하지 못하면 소속팀으로 돌아와 감을 제대로 잡지 못하고 헤매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조동건은 자신감 있는 플레이로 충분히 홍명보 감독에게 어필했고 수원에서도 문제없이 훈련을 소화했다는 것이 서 감독의 생각이다.
서 감독의 이런 판단은 적중했다. 조동건은 이날 성남전에서 멀티골을 터뜨리며 수원의 승리를 이끌었다. 전반 16분 절묘한 공간 침투로 오장은의 패스를 놓치지 않고 오른발로 골망을 흔들었다. 후반 3분에도 홍철의 가로지르기를 헤딩 슈팅해 골을 터뜨렸다.
공교롭게도 성남에는 김동섭이 있다. 홍명보호에서 세 경기나 선발 출전 기회를 얻고도 한 골도 넣지 못한 김동섭 앞에서 조동건이 두 번이나 골을 터뜨렸다. 물론 김동섭도 전반 41분 이종원의 골에 헤딩패스로 도우미 역할을 했고 후반 36분 김성준의 골에 가슴으로 트래핑 한 뒤 앞으로 흘려 또 다시 도움을 기록했다.
우열을 가릴 수 없는 두 공격수의 활약이었다. 두 골을 넣은 조동건이 우세승을 거뒀다고 볼 수 있는 정도였다. 재밌게도 조동건은 이날 경기까지 넣은 5골 중 무려 3골을 친정팀 성남을 상대로 넣었다. 성남에서 데뷔한 조동건은 지난해 수원으로 이적했다. 친정 킬러로 자리 매김함과 동시에 홍명보호에 여전히 경쟁력이 있음을 확인시켜줬다.
김동섭 역시 마찬가지. 서 감독은 "성남의 플레이에 특화되어 있고 그래서 골을 넣고 있는 것 아니냐"라며 지속성 있는 플레이를 하게 되면 대표팀에서 계속 부를 것이라는 생각을 전했다.
성남 안익수 감독은 "홍명보호의 훈련 일수가 많지 않다. 수비는 잘 다져도 공격은 창의적인 플레이가 많아야 한다. 충분히 호흡을 해야 한다는 뜻이다. (김)동섭이는 갈수록 좋아지고 있다"라며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이들의 활약 속에 양팀은 2-2로 비겼다.
조이뉴스24 /수원=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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