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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4강 확정]김기태 감독, LG 역사에 굵은 획을 긋다


2002년 김성근 이후 6번째 사령탑…'형님 리더십'으로 숙원 풀어

[정명의기자] 축하를 받아야 마땅한 날. 감독이 된 그는 조용히 방에서 캔 맥주를 마시며 스스로를 축하했다. 위로라는 말이 조금 더 정확했을지도 모른다. 그만큼 'LG 트윈스 김기태 감독'의 탄생은 축복과는 거리가 멀었다.

지난 2011년, 박종훈 전 감독이 사임 의사를 밝힌 뒤 LG의 다음 사령탑이 누가 될 것인지에 대한 팬들의 궁금증이 폭발하고 있었다. LG의 마지막 가을야구를 이끌었던 '야신' 김성근 감독이 다시 LG의 차기 사령탑에 오를 것이라는 루머도 그 즈음 퍼지고 있었다.

김성근 감독에 대한 그리움, 희망으로 가득 차 있던 LG 팬들은 김기태 감독의 선임 소식에 성이 차지 않았다. 김기태 감독이 쓸쓸히 사령탑 선임을 자축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김기태 감독이 검증되지 않은 초보 지도자여서가 아니었다. 그동안 '가을야구'라는 숙원을 누구도 풀어내지 못했기 때문에 만들어진 새로운 사령탑에 대한 이유 없는 거부감이었다.

그런 김기태 감독이 LG 트윈스의 팀 역사에 굵은 한 획을 그었다. LG가 22일 마산 NC전에서 승리, 남은 경기 결과에 상관 없이 포스트시즌 진출을 확정지은 것이다. 한국 프로야구 역사상 가장 길었던 11년 연속 포스트시즌 탈락. 그 어둡고 우울하던 과거의 긴 터널에서 LG가 드디어 빠져나왔다. 사령탑에는 김기태 감독이 앉아 있었다.

축복받지 못하며 지휘봉을 잡는 경험을 한 김기태 감독은 조용히, 그리고 빠르게 팀을 변화시켜 나갔다. 하지만 그 과정이 수월했던 것은 절대 아니다. 오히려 시련의 연속이었다.

사령탑 데뷔 시즌이던 지난해, LG는 시즌 시작도 전에 FA 3인방 조인성, 이택근, 송신영을 모두 다른 팀으로 떠나보내야 했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승부조작 광풍에 의해 선발 투수 후보 2명을 한꺼번에 잃었다. 신임 김기태 감독은 있는 자원으로 어떻게든 시즌을 꾸려나가야 했다.

그러나 김 감독은 침착히 공백을 메워나갔다. 핵심 전력의 이탈에도 뚜렷한 보강이 없었던 것은 남겨진 선수들에게는 기회의 장이 열린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 결과 지난해 LG는 6월까지 '5할 본능'이라는 말을 만들어내며 선전을 거듭했다.

결국 상위권 팀과의 전력 차를 극복하지 못하고 시즌을 7위로 마무리했지만, LG의 가능성을 확인한 한 시즌이었다. 연례 행사였던 야구 외적인 잡음이 없어진 것도 지난해가 처음이었다. 그렇게 LG는 조금씩 달라져가고 있었다.

그리고 맞은 올 시즌. LG는 몇 차례의 고비를 넘긴 뒤 5월 말부터 무서운 기세로 치고 나가기 시작하더니 단독 선두까지 올라섰다. 아직 선두 싸움은 끝나지 않았지만 결국 11년만의 포스트시즌 진출이 확정됐다. 구단, 선수, 팬이 모두 바라던 숙원이 이루어진 것이다.

그동안 아무도 해내지 못했던 일이다. 2002년 김성근 감독 이후 '신바람 야구'의 원조 이광환 감독, '해태 왕조'의 중심에 있던 젊은 지도자 이순철 감독, '현대 왕조'를 이끌던 작전통 김재박 감독, 두산 '화수분 야구'의 밑거름이 됐던 박종훈 감독 모두 실패만 맛본 채 LG를 떠났다.

쟁쟁했던 지도자들도 해내지 못했던 일을 '초보' 김기태 감독이 이뤄낸 것이다. LG 지휘봉을 잡은지 2년 만이다. 선수들과의 눈높이를 맞추면서도 팀 기강을 확실히 다진 '형님 리더십'이 힘을 발휘한 결과다.

4강은 확정됐지만 아직 순위 싸움은 끝나지 않았다. 이제 LG는 지난 1994년 이후 19년만의 정규시즌 우승을 노린다. 지도력을 확실히 인정받은 김기태 감독의 존재가 그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조이뉴스24 정명의기자 doctorj@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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