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수원 삼성 정대세(29)에게 FC서울과의 슈퍼매치는 그리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지 않다.
정대세는 지난 4월 서울전에서 전반 39분만에 경고누적으로 퇴장 당했다. 라이벌전에서 어느 정도의 기량을 보여주느냐가 정대세의 올 시즌 농사를 좌우할 수 있었는데 첫판부터 좋지 못한 모습을 보이고 말았다.
그렇지만 서정원 감독은 질책보다는 따뜻한 포옹으로 정대세를 대했다. 서 감독은 9일 서울과의 슈퍼매치를 앞두고 정대세의 퇴장 장면을 떠올리며 "당시 퇴장 후 아무 말 없이 안아줬다"라고 전했다.
이후 정대세는 부상으로 긴 재활의 시간을 보냈다. 수원의 성적도 상위권 추격에 힘을 내지 못하는 등 어려움이 많았다. 수원에는 설상가상으로 여름 이적 시장에서 스테보가 팀을 떠났고 라돈치치도 일본 반포레 고후로 임대 이적했다.
재활에 매진하던 정대세는 지난 5일 포항 스틸러스와 31라운드에서 두 골을 넣으며 화려한 복귀를 알렸다. 원정 응원을 해준 팬들에게는 큰 선물이었다.
그러나 정대세는 더 노력이 필요했다. 홈에서 팬들에게 화려한 복귀 신고식을 하고 싶었다. 마침 9일 슈퍼매치라는 무대가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골을 넣으면 팬들 앞에서 사죄 세리머니를 하겠다"라고 약속했다.
교체 명단에 있던 정대세는 후반 15분 서정진을 대신해 그라운드에 나섰다. 서정원 감독은 경기 전 "100%의 몸 상태가 아니다. 후반에 상대의 힘이 떨어질 때 투입하려고 한다"고 정대세 활용법을 알렸다.
정대세는 벤치와 팬들의 기대에 부응했다. 수원이 1-0으로 앞서던 후반 37분, 정대세는 개인기를 앞세워 팀의 두 번째 골을 터뜨렸다. 페널티지역 왼쪽에서 수비수를 등지고 돌아나와 시도한 슈팅이 서울 골대 오른쪽 구석으로 빨려 들어갔다.
골을 넣자 정대세는 약속한 대로 수원 팬들 앞으로 뛰어가 무릎을 꿇고 두 손을 들어올리는 사죄의 세리머니를 했다. 그야말로 정대세의 기막힌 홈경기 복귀 신고식이었다.
조이뉴스24 수원=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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