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이제는 홍명보호에서 제대로 보여주는 일만 남았다.
'시누크' 김신욱(25, 울산 현대)이 훨훨날고 있다. 김신욱은 지난 9일 울산 문수축구경기장에서 열린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36라운드 전북 현대전에서 후반 34분 선제 결승골을 넣으며 2-0 승리에 큰 역할을 했다.
5연승을 거둔 울산은 승점 70점을 확보하며 1위 굳히기에 돌입했다. 2위 포항 스틸러스(62점)와 8점 차이다. 전북전서 패했다면 우승 경쟁이 안갯속으로 빠져들 수 있었다는 점에서 영양가 만점이었다.
분위기를 주도한 골이기도 했다. 김신욱의 골은 전북 이동국의 골이 오프사이드 판정을 받은 직후라는 점에서 극적이었다. 만약 이동국의 골이 인정 됐다면 김신욱의 어깨가 더 무거워질 수 있었다.
골을 넣은 장면도 침착했다. 골 장면 직전까지 김신욱은 평균 신장 186㎝으로 구성된 정인환-윌킨슨 두 중앙 수비수와 김상식-김기희의 수비형 미드필더가 만든 사각의 벽에서 애를 먹었다.
슈팅보다 연계플레이에 집중했지만 워낙 공간이 없다보니 울산의 공격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노련한 김상식이 김신욱을 근접해 막으면서 파울을 유도했고 신경전을 펼쳤다. 결국 김신욱은 전반 39분 경고를 받았다. 김상식이 회심의 미소를 짓는 것은 당연했다.
하지만 김호곤 감독의 한마디가 김신욱의 정신을 찾게 했다. 김 감독은 "절대 흥분하지 말라고 했다. 흥분하는 모습 대신에 한 발 더 뛰라고 했다"라고 조언했다.
그 결과 김신욱은 후반 선제 결승골을 넣었다. 수비의 압박이 순간적으로 헐거워진 틈을 타 김용태의 헤딩 패스를 가슴으로 트래핑한 뒤 오른발 슈팅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유연성과 순발력 향상을 위한 개인훈련이 빛을 내는 순간이었다.
196㎝의 장신 김신욱은 그간 헤딩만 잘한다는 편견을 깨지 못했다. 주변 동료들도 그의 머리만을 바라봤다. 홍명보 감독도 지난 8월 그를 대표팀 엔트리에서 제외하면서 '머리'에 대한 아쉬움을 숨기지 않았다. 결정력을 보여주면서 동료와의 연계플레이에 능한 공격수를 원한 것이다.
그 결과 김신욱은 울산의 5연승에 4골을 보태며 달라지고 있음을 스스로 증명했다. 3골은 머리가 아니라 발로 해결하며 발밑의 볼을 잘 다룰 수 있음을 보여줬다. 기술은 물론 이제는 침착함까지 갖췄다. 조급해 하지 않으며 때를 기다린 것이다. 마음을 비우니 골이 터지는 것이다.
김신욱의 노력은 지도자들에게 좋은 점수를 얻고 있다. 대표팀 사령탑 시절 김신욱을 중용했던 전북 최강희 감독은 "스스로 부담을 줄이고 편안하게 능력을 보여준다면 좋은 활약을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평가했다.
김신욱 스스로도 대표팀에 대한 마음이 새로워졌다. 그는 "김신욱의 축구가 대표팀에서도 통할 수 있음을 보여주겠다. 준비와 연구를 많이했다. 최선을 다해서 좋은 기량을 보여주겠다"라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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