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한준기자] 롯데 자이언츠는 올해 자유계약선수(FA) 시장에서 나름 선방했다. '최대어'로 꼽혔던 포수 강민호와 재계약에 성공했고 좌완 강영식도 지켰다. 두 명의 내부 FA 단속을 한 롯데는 18일 두산 베어스에서 뛰었던 최준석과 FA 계약에 성공해 우타 거포에 대한 갈증을 풀었다.
그러나 2%가 부족하다. 롯데는 우타 거포 외에도 톱타자감을 찾았다. 올 시즌 내내 4번과 함께 마땅한 1번타자를 찾지 못한 숙제가 있었기 때문이다. 스프링캠프를 거쳐 김문호를 톱타자감으로 낙점했지만 부상을 당하는 바람에 일찍 시즌을 접었다. 퓨처스리그(2군)에서 베테랑 이승화를 불러 올렸지만 그 역시 주루 도중 다쳤다. 롯데가 후반기 순위경쟁에서 힘을 잃었던 이유 중 하나다.
이번 FA 시장에선 유독 톱타자감이 많았다. 이종욱, 이용규, 이대형, 정근우 등이 매물로 나왔고 롯데도 당연히 이들에게 관심을 가졌다. 하지만 네 명 모두 롯데가 아닌 다른 팀 유니폼을 입었다. 이용규와 정근우는 지갑을 시원하게 연 한화 이글스로 갔고, 이종욱은 NC 다이노스, 이대형은 KIA 타이거즈로 행선지를 정했다.
롯데는 오프시즌 전력 보강의 마지막 퍼즐로 톱타자를 구해야 한다. 물론 자체적으로 톱타자를 키우는 작업은 진행형이다. 김문호는 부상 복귀해 내년 시즌 재기를 노리고 있다. 그는 재활을 거쳐 현재 일본 가고시마에서 진행되고 있는 마무리훈련 캠프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신인으로 후반기 톱타자로 자주 기용됐던 조홍석도 한 명의 후보가 될 수 있다.
그러나 내부 전력으로 부족하다면 외부에서 수혈을 해야 한다. 가장 먼저 눈이 가는 건 역시 외국인선수다. 2014년부터 외국인선수 보유 한도가 기존 2명에서 3명으로 늘어난다. 롯데는 올 시즌 26승을 합작한 쉐인 유먼과 크리스 옥스프링 등 두 명의 투수와 재계약 방침을 일찌감치 정했다. 나머지 한 자리는 야수로 채워야 한다.
그러나 거포형 외국인타자보다 롯데가 원하고 있는 호타준족형 외국인타자를 찾기가 더 어려운 실정이다. 국내 프로야구에 외국인선수 제도가 도입된 때는 지난 1998년이다. 그 동안 국내에서 뛴 외국인타자 대부분은 타이론 우즈(전 두산) 펠릭스 호세(전 롯데) 래리 서튼·클리프 브롬바(전 현대·넥센) 댄 로마이어(전 한화) 찰스 스미스(전 삼성·LG) 등 거포형이었다.
매니 마르티네즈(전 삼성·LG) 제이 데이비스(전 한화) 빌리 홀(전 삼성) 등이 빠른 발을 자랑했던 선수들로 꼽힌다. 마르티네스와 데이비스는 장타력까지 겸비해 주로 중심타선에 배치됐었다. 홀은 1999년 삼성에서 뛸 당시 종종 톱타자로 나왔다. 116경기에 출전해 47도루를 기록했으나 방망이가 시원치 않았다. 타율이 2할4푼4리에 그쳤고 출루율도 3할3리에 머물렀다.
당시 삼성에서 외국인선수 스카우트를 담당했던 이가 현재 롯데 이문한 운영부장이다. 이 부장은 당시 스미스와 홀을 데려왔다. 이 부장은 "홀은 정말 빨랐던 선수"라며 "그런데 기대했던 것만큼 활약을 못했다"고 당시를 기억했다.
롯데는 발 빠른 외국인타자를 데려왔다가 데인 적이 있다. 외국인선수제도 도입 첫 해인 1998년 롯데는 주력이 뛰어난 내야수를 찾았다. 당시 트라이아웃(2000년부터 외국인선수 선발은 자유계약으로 바뀌었다)을 통해 뽑은 선수는 덕 브래디였다. 롯데에 오기 직전 마이너리그에서 타격 성적 2할7푼대를 기록했던 브래디는 롯데에서 별다른 활약이 없었다. 70경기에 출전해 타율 2할5푼8리에 그쳤고 무엇보다 도루가 4개뿐이었다.
세월이 흐른 만큼 당시와 지금은 상황과 환경에서 차이가 많다. 한국에서 뛰고 싶어하는 외국인선수도 많아져 구미에 맞는 선수를 찾을 수 있는 가능성은 높아졌다고 볼 수 있다.
2차 드래프트나 트레이드를 통해 톱타자감을 물색할 수도 있다. 2011년 실시된 2차 드래프트를 통해 삼성에서 NC 다이노스로 적을 옮겨 톱타자로 자리잡은 김종호처럼 묻혀 있는 원석을 발굴해낼 수도 있다. 또한 정말 필요한 자원이라면 톱타자 후보가 될 만한 선수를 트레이드로 데려오는 것도 롯데의 선택지 중 하나가 될 수 있다.
조이뉴스24 류한준기자 hantaeng@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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