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용재기자] FC서울과 부산 아이파크의 K리그 클래식 28라운드가 펼쳐진 서울월드컵경기장. 그라운드에 있는 코칭 스태프, 선수들, 팬들 모두 숨 죽이며 한 선수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 선수는 서울의 공격수 몰리나였다. 경기장에 있던 모든 이들이 근심어린 눈빛, 걱정스러운 마음이 묻어 있었다. 몰리나가 기절했기 때문이다. 위급한 상황이 연출될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전반 2분 아크 오른쪽에서 올라온 차두리의 크로스를 몰리나가 헤딩 슈팅으로 연결시키는 동작에서 부산 수비수 김응진의 머리와 강하게 부딪쳤다. 몰리나는 강한 충격으로 인해 그대로 쓰러졌다. 정신을 잃었다. 서울과 부산 선수들 모두가 당황했다. 위급상황이었다. 서울 선수들은 벤치쪽으로 급하게 손짓을 보냈다. 응급조치가 필요하다는 의미였다.
최용수 서울 감독은 몰리나가 쓰러지자 몰리나가 쓰러진 곳으로 달려갔다. 서울 선수들도 벤치에서 일어나 몰리나를 바라봤다. 부산쪽에서도 몰리나가 걱정되기는 마찬가지였다. 앰뷸런스까지 동원됐다. 그만큼 몰리나의 상태가 심각했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었다.
몰리나가 쓰러지자 그라운드는 고요해졌다. 혹시나 큰 부상이 아닐까 하는 걱정에 숨을 죽일 수밖에 없었다. 몰리나의 상태를 걱정해 그 어떤 이도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 숨죽여 몰리나가 다시 일어나기를 바랄 뿐이었다.
다행이었다. 몰리나는 5~6분간 쓰러진 후 스스로 정신을 차렸다. 몰리나는 정신을 차리고 가까스로 그라운드 밖으로 나와 앉았다. 그때서야 모두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몰리나가 위급한 상황이 아니었던 것이다. 스스로 정신을 차린 몰리나에게, 크게 다치지 않은 몰리나에게 모두가 감사했다.
몰리나가 정신을 차리자 최 감독도 다시 벤치로 돌아왔다. 부산 팬들이 먼저 몰리나의 이름을 외쳤다. 그리고 서울 팬들도 한 목소리로 몰리나를 외쳤다. 윤성효 부산 감독도 몰리나의 얼굴을 만지며 걱정스러운 눈빛을 보냈다.
몰리나는 스스로 벤치로 걸어와 앉았다. 경기에 더 이상 출전할 수는 없었다. 몰리나를 대신해 고요한이 경기에 투입됐다. 몰리나가 안정을 찾자 경기장은 다시 들끌었다. 두 팀 팬들도 다시 서로의 팀을 응원하기 시작했다.
숨 죽였던 10분이었다. 몰리나가 쓰러지고, 다시 정신을 차리고 벤치로 돌아오기 까지 약 10분의 시간이 흘렀다. 모두가 숨죽이면서 몰리나를 바라봤고, 몰리나가 일어나자 모두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몰리나의 기절 앞에 서울과 부산은 같은 팀이었다. 동업자 정신이 빛난 감동적인 장면이었다.
감동은 또 한 번 있었다. 전반 25분 데얀이 선제골을 넣었다. 데얀은 벤치에 앉아 있던 몰리나를 향해 달려갔다. 그리고 데얀을 따라 몇몇 서울 선수들이 몰리나로 향했다. 그들은 몰리나를 껴안으며 크게 다치지 않은 것에 고마워했다. 몰리나를 위한 '골 세리머니'였다.
조이뉴스24 상암=최용재기자 indig80@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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