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태기자] 두산의 김진욱 감독 실험은 결국 실패로 귀결됐다.
두산이 2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올해 한국시리즈 준우승의 성적을 올린 감독을 경질하기로 한 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기대에 못미치는 결과다.
두산은 올 시즌이 한국시리즈 우승의 최적기로 봤다. 신구 조화가 된 선수단에 포지션별 선수층도 두터워 지난 2001년 이후 12년 만의 우승이 가능할 것으로 봤다. 김 감독도 지난 1월 구단 첫 공식 행사인 포토데이 당시 "현재 삼성에 이은 2위권 전력으로 본다. 화끈한 공격력을 앞세워 우승에 도전하겠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그러나 두산은 정규시즌서 들쭉날쭉한 경기력을 보인 끝에 4위로 포스트시즌행 막차를 탔다. 가을 무대에선 예상을 뒤집고 넥센과 LG를 준플레이오프와 플레이오프에서 각각 물리치며 한국시리즈에 진출하는 저력을 발휘하기도 했다. 삼성과의 한국시리즈에서도 3승1패로 앞서며 우승을 눈앞에 뒀지만 마지막 뒷심 부족으로 내리 3연패하며 무릎을 꿇었다.
이길 수 있었던 경기를 내주며 우승이라는 목표를 이루지 못하자 덕아웃 수장에 대한 프런트의 불만에 극에 달했다. 특히 포스트시즌 주요 경기마다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과 박정원 구단주(두산건설 회장)가 경기장을 찾아 지켜봤고, 대구에서 열린 한국시리즈 6차전에선 이례적으로 두 회장이 원정 응원까지 나섰지만 두산은 맥없이 패하고 말았다. 이 시기를 전후로 "이 대로는 안 된다"는 문제의식이 구단 수뇌부를 중심으로 강하게 퍼졌다는 후문이다.
둘째 세밀한 전략가의 필요성을 절감했기 때문이다.
지난 2011년 겨울 두산의 수장을 맡은 김 감독은 온화한 성품과 너그러운 인덕으로 선수단 화합에 힘을 썼다. 특히 전임 코칭스태프의 강력한 카리스마에 따른 스파르타식 팀운영에 지친 선수들을 감싸 안는데 주력했다.
그러나 정작 경기 운영 면에서는 세밀하지 못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주요 승부처에서 선수교체 및 작전지시에 있어 의문부호가 붙는 경우가 많았다. 넓고 깊게 보기 보다는 눈앞의 처방에 급급하다는 말도 많았다. 단기전인 포스트시즌에서도 정규시즌의 실수가 재현되는 모습을 보이자 구단 수뇌부는 새 인물이 필요하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이제는 덕장이 아닌 지장이 필요하다는 판단이 내려졌고, 최종적으로 구단주 재가를 받아 감독 교체를 단행한 것이다.
분당 중앙고와 구리 인창고 감독을 거쳐 2007년부터 두산에서 코치로 재직한 김 감독은 2011년 10월 계약기간 3년에 두산의 8대 사령탑에 올랐다. 2년간 149승6무116패의 성적에 2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이란 결과를 냈다.
겉으로는 남부러울 것 없는 성적이지만 면밀히 뜯어보면 부족한 점이 적지 않았다는 게 구단 안팎의 시각이다. 계약기간 1년을 남기고 감독 경질이라는 극약처방을 두산이 한 데에는 복합적인 이유가 자리잡고 있었다.
조이뉴스24 김형태기자 tam@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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