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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등 후폭풍 대구, 눈물 대신 냉철함이…


2003년 창단 후 첫 강등 쓴맛, 슬픔에 젖기보다 빠른 수습 필요

[이성필기자] K리그 클래식에서 강등되는 풍경은 아직 낯설다.

지난달 30일 대구시민운동장, 대구FC-경남FC의 K리그 클래식 40라운드는 0-0으로 끝났다. 승강제가 없는 시즌이었다면 순위가 바닥이라도 어쩔 수 없이 마음 편하게 받아들이며 다음을 기약하자는 목소리가 나오는 정도다.

그러나 이날 주심의 경기 종료를 알리는 호각이 울린 뒤 대구시민운동장은 침묵으로 빠져 들었다. 장내 아나운서는 대구의 챌린지(2부리그) 강등이라는 결말에 2천672명의 관중에게 "죄송하다"라며 사과를 해야 했다.

상대팀 경남 선수단은 애써 대구를 외면하며 황급히 선수대기실로 이동했다. 공교롭게도 경남은 앞선 28일 홈에서 대전 시티즌의 강등이 확정되는 모습을 지켜본 뒤 같은 상황을 또 맞이했기에 모든 것이 조심스러워했다.

경남 프런트들도 마찬가지, 평소 안면있는 대구 프런트에게도 쉽게 말을 건네지 못했다. 하마터면 경남이 겪었을지도 모를 장면이었다. 한 경남 프런트는 "오늘은 조용히 있다가 가는 게 맞는 것 같다"라고 소리 죽여 말했다. 경기 감독을 위해 구장을 찾은 한국프로축구연맹 관계자들도 "대구 측에 무슨 말을 해줘야 될 지 모르겠다"라고 당황했다.

끝까지 응원해준 관중들에게 인사를 하러가는 대구 선수단의 얼굴은 굳어 있었다. 이날 경기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된 수비수 이지남은 하염없이 흐르는 눈물을 주체하지 못했다. 최선참 유경렬도 허공만 응시하며 이를 깨물었다. 발터 그리스만 피지컬 코치는 관중석의 아들이 손을 뻗으며 눈물을 흘리자 고개를 숙였다.

가장 열성적인 서포터들에게 인사를 하러가자 일부는 물병을 던지며 강등을 질책했다. 그래도 격려의 박수가 많았지만 '강등=실패자, 패배자'라는 낙인이 찍혀버린 상황에서는 그 무엇도 소용이 없었다. 당장 구단의 앞날이 어떻게 될 지 모르는 상황이기에 선수들의 가슴은 더 타들어갔다.

관중이 모두 나가고 선수들도 숙소로 돌아가고 난 뒤에야 대구 프런트들도 받아들일 수 없는 현실에 눈주위가 붉어졌다. 여기저기서 위로의 전화가 쏟아졌지만 오히려 가슴만 더 아플 뿐이다.

한 대구 프런트는 "이제부터 위로의 전화를 얼마나 받아야 할 지 모르겠다. 계속 같은 말만 반복해야 할 것 같은데 속상하기보다 그저 강등이라는 현실을 받아들여야 한다는게 먹먹할 뿐이다"라고 말했다. 그 와중에도 지인들과 타 구단 관계자들의 전화는 계속됐다.

설상가상, 백종철 감독과 석광재 사무국장이 강등에 책임을 지고 사임 의사를 밝히면서 분위기는 더욱 얼어버렸다. 강등이라는 충격과 함께 대구는 당장 사무국과 선수단을 연결하는 중요한 고리가 흔들리게 됐다.

사무국장의 경우 오는 10일 신인 드래프트 등 현안이 있는데다 대구시와의 예산 지원 문제 등 해결해야 할 일이 많은 상황이라 당장 사표가 수리될 지는 미지수지만 책임은 피하기 어렵게 됐다. 계속 승점 1~2점 차이로 잔류와 강등 사이를 오갔기에 챌린지에서 어떻게 시즌을 보낼 것인지 등 제대로 된 구상을 하지 못한 대구로서는 아픔과 당황스러움이 더 심할 수밖에 없었다.

처음 강등제가 도입된 지난해에도 K리그에서는 두 팀이 강등의 쓴맛을 봤다. 강제 강등된 군팀 상주 상무를 제외하면 제대로 강등을 맛본 첫번째 팀이었던 광주FC도 최만희 감독과 대표이사가 사퇴하고 구단 사무국 직원 일부가 이탈하는 등 강등 후폭풍을 경험했다. 흐트러진 팀 분위기가 제대로 수습이 되지 않으면서 광주는 올 시즌 챌린지 3위로 마감, 승격의 꿈을 이루지 못했다.

대구도 비슷한 상황에 놓였다. 때문에 이제부터의 과정이 더 중요해졌다. 강등에 따른 충격의 빠른 수습과 챌린지에서의 팀 운영 계획을 서둘러 수립해야 1부리그 복귀를 바라볼 수 있다. 이래저래 야속한 승강제가 K리그에 아픈 이야깃거리를 또 하나 만들었다.

조이뉴스24 대구=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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