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한준기자] 롯데 자이언츠 타선이 1년 만에 또 달라졌다.
롯데는 1년 전인 지난해 시즌 후 홍성흔(두산 베어스)과 김주찬(KIA 타이거즈)이 모두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어 이적했다. 두 선수가 떠난 빈 자리를 메우지 못하고 시즌을 맞았다.
그 결과 올 시즌 내내 거포 부재에 시달렸다. 마땅한 4번타자 감도 없어 강민호, 전준우, 박종윤, 김대우 등 많은 선수를 4번 자리에 넣었지만 효과는 크게 없었다. 롯데 김시진 감독은 "타격감이 좋다가도 4번 타순에 가면 이상하게 안 풀린다"며 답답한 마음을 드러내기도 했다.
해결사 노릇을 해야 한다는 부담이 4번 자리에 가면 더 커지기 때문이었다. 상대 투수들의 집중 견제도 부진의 원인 중 하나로 꼽을 수 있다. 거포라고 할 선수가 없으니 롯데는 팀 홈런 61개에 그쳤다. 한화 이글스(47홈런)와 LG 트윈스(59홈런)보다는 많았지만 전체 7위에 머물렀다.
그러나 2014시즌은 대포가 어느 정도 불을 뿜어주는 팀 색깔을 갖출 가능성이 높다. FA로 최준석을 데려왔고 여기에 힘있는 외국인타자 루이스 히메네스까지 팀에 합류한다.
FA 최대어로 꼽혔던 강민호를 잔류시키는데 성공했고 기존의 손아섭도 건재하다. 최준석이 주전경쟁을 뚫고 선발 라인업에 들어간다면 손아섭, 히메네스와 함께 클린업 트리오를 구성할 가능성이 높다.
올 시즌과 견줘 무게감이 부쩍 늘어난 중심타선을 꾸릴 수 있다. 이럴 경우 강민호가 하위타순에 배치돼 더 큰 시너지 효과를 누릴 수도 있다. 하지만 한 가지 성에 차지 않는 부분이 있다. 바로 1, 2번 타순이다.
롯데는 오프시즌 타선 정비의 또 하나 과제 중 하나가 테이블세터진이었다. 4번타자 부재가 워낙 컸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주목을 덜 받았지만 1번타자도 올 시즌 내내 팀의 고민거리 중 하나였다.
박흥식 타격코치는 "최준석과 히메네스가 동시에 출전하고 강민호가 그 뒤를 받치게 되면 팀 타선은 훨씬 공격적으로 짜여진다"고 했다. 문제는 포커스를 어디에 맞추느냐다. 박 코치는 "중심타선은 확실히 강해졌다"면서 "그러나 1, 2번이 여전히 걱정"이라고 했다.
롯데는 당초 오프시즌에서 거포와 함께 주루센스가 있고 컨택 능력이 뛰어난 1번타자감을 함께 찾았다. 마침 올 FA 시장에는 이종욱(NC), 이용규, 정근우(이상 한화), 이대형(KIA) 등 그런 유형의 선수들이 많이 나왔다. 하지만 이들은 모두 롯데 유니폼을 입지 않았다. 결국 롯데는 기존 전력을 갖고 테이블세터를 구성해야 한다.
박 코치는 "1번의 경우 이승화와 김문호가 경쟁을 해야 한다"고 했다. 마음에 걸리는 건 부상이다. 두 선수 모두 올 시즌 다친 경력이 있다.
시즌 초반부터 톱타자 역할을 맡았던 김문호는 지난 5월 26일 목동 넥센 히어로즈전에서 1루로 향해 뛰다 상대 투수 앤드류 밴헤켄과 부딪혀 부상을 당했다. 이 부상으로 아쉽게 시즌 아웃됐다. 김문호를 대신했던 이승화도 8월 10일 문학 SK 와이번스전 도중 3루로 귀루하는 과정에서 크게 다쳤다.
박 코치는 "오히려 2번 자리가 더 고민"이라고 전했다. 2번타자는 중심타순까지 연결고리 역할을 해야 하고 무엇보다 작전수행 능력이 필요하다. 그러나 롯데 타선에선 그런 역할을 해낼 확실한 선수를 찾지 못했다. 후보가 될 만한 선수들은 2% 부족하다.
팀 타선을 공격적으로 구성한다면 2번 자리에는 전준우, 황재균이 들어갈 수 있다. 이럴 경우 상대적으로 세밀한 작전야구를 펼치기가 버거운 부분이 발생한다.
박 코치는 "한 시즌 만에 팀 타선의 색깔이 정말 많이 바뀐 셈"이라면서 "누가 들으면 '행복한 고민'이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타선에서) 전체적인 밸런스도 생각해 봐야 한다"고 밝혔다.
결국 방향성의 문제다. 강화된 대포를 믿고 공격적인 타순을 꾸리느냐, 아니면 타순 사이에 작전수행 능력이 있는 선수를 집어 넣는 타순을 짜느냐다. 김시진 감독과 박 코치의 고민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조이뉴스24 류한준기자 hantaeng@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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