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한준기자] 지난 20일 인터넷 포털 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1위에 한 여자배구선수의 이름이 올라왔다. 주인공은 한국도로공사 레프트 곽유화였다.
곽유화는 지난 2011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3순위로 도로공사에 지명돼 프로에 데뷔했다. 그에 앞서 1, 2순위 지명을 받은 선수는 장영은(KGC 인삼공사) 최유정(GS 칼텍스)이다. 곽유화는 진주 선명여고 시절부터 배구를 꽤 하는 선수로 꼽혔다. 그러나 장영은, 최유정과 견줘 신장이 작았다. 이런 이유 때문에 3순위로 밀렸다.
'팬심'으로만 따진다면 곽유화는 이미 프로 입단 동기들을 훌쩍 뛰어 넘었다. 곽유화가 검색어 1위에 오른 건 그 전날 열린 경기 때문이다.
도로공사는 19일 성남체육관에서 흥국생명과 경기를 치렀다. 이날 도로공사는 풀세트 접전 끝에 2-3으로 졌다. 흥국생명 바실레바(불가리아)는 57점을 기록하며 도로공사 니콜(미국)이 갖고 있던 V리그 여자부 한 경기 개인 최다득점 기록(55점)을 갈아치웠다. 여러모로 관심이 쏠린 경기였다.
이날 곽유화는 교체선수로 나왔다. 황민경과 김선영을 대신해 코트에 나섰다. 중계 카메라는 그를 비췄다. 팬들은 도로공사 16번 유니폼을 입은 선수에게 주목했다. 빼어난 미모 때문이었다.
곽유화는 "검색어 1위를 차지했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정말 놀랐다"며 "주전 멤버도 아닌 내가 그렇게 관심을 받을 줄은 몰랐다"고 했다. 곽유화는 팀의 주전 레프트는 아니다. 황민경, 김선영의 휴식시간을 보조하는 게 주된 임무다. 원포인트 서버로 코트에 들어가는 횟수가 많다.
곽유화는 "팬들의 관심과 응원이 고맙다. 하지만 과도한 관심이 솔직히 부담되긴 하다"고 말했다. 도로공사 서남원 감독도 "프로스포츠가 팬들의 관심을 받는 건 당연하지만 경기력이 아닌 다른 쪽으로 관심이 집중되는 건 좀 그렇다"고 말했다.
곽유화는 신인 시절부터 '외모'로 주목을 받았다. 그는 그런 부분이 싫지는 않지만 외모보다는 실력으로 자신의 이름을 더 알리고 싶어한다. 코트에서 서브를 넣고 스파이크를 때리고 몸을 날려 수비를 해야하는 배구선수이기 때문이다.
곽유화는 "올 시즌 신인으로 팀에 들어온 고예림 때문에 내가 반사 이익을 본 것 같다"며 "(고)예림이는 정말 예쁘다"고 웃었다. 고예림은 드래프트에서 KGC 인삼공사에게 전체 2순위 지명을 받은 뒤 트레이드를 통해 도로공사 유니폼을 입었다. 고예림도 드래프트 당일 '외모' 덕분에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곽유화는 지난 시즌과 견줘 올 시즌 출전 시간이 조금 줄어들었다. 그는 "솔직히 좀 더 많은 시간 코트에 나서고 싶다"고 했다. 곽유화가 앞으로 출전시간을 늘리기 위해서는 내부 경쟁을 이겨내야 한다.
같은 포지션에서 뛰고 있는 선배 오지영, 표승주 그리고 후배인 고예림 등과 경쟁에서 자신만의 특기와 재능을 보여줘야 한다. 24일 열린 현대건설과 경기에서 곽유화는 코칭스태프의 기대에 맞춘 플레이를 보였다.
당시 곽유화는 웜업존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서 감독도 이날 경기에서 곽유화를 원 포인트 서버로만 활용하려고 했다. 그러나 상황이 그렇게 풀리지 않았다. 선발 레프트로 나왔던 황민경의 서브 리시브가 흔들렸고 도로공사는 1세트에서 상대에게 완패했다.
곽유화는 2세트에서 원포인트 서버가 아닌 황민경을 대신해 후위 자리로 들어갔다. 서버가 아닌 리시버 역할을 하게 됐다. 곽유화는 "당시 처음엔 조금 당황했었다"고 했다. 하지만 곽유화는 이날 팀에서 가장 많은 리시브(34회)를 기록했고 디그도 8개를 시도해 7차례를 성공하는 등 수비에서 제몫을 했다. 도로공사는 현대건설에게 3-1로 역전승을 거뒀다. 서 감독은 이날 서브 에이스 4개를 기록한 표승주와 함께 수비에서 맹활약한 곽유화를 승리의 수훈갑으로 꼽았다.
도로공사는 곽유화를 포함해 고예림, 황민경 등이 뛰고 있어 '미녀군단'으로 불린다. 그러나 선수들과 코칭스태프는 그런 수식어보다 실력으로 인정을 받고 싶어한다. 서 감독은 "승패가 뒤바뀐 상황이었다면 더 많은 관심을 받을 수 있고 선수들도 그런 상황이 오길 바랄 것"이라고 했다. 도로공사는 27일 현재 5승 8패(승점 16)로 4위에 올라있다. 5할 승률에 복귀하는 게 우선 목표다.
곽유화는 "팀 성적이 좋은 편이 아니라 걱정이 된다"면서 "선발 라인업에 들고 싶은 마음도 솔직히 있긴 하지만 내 욕심보다는 팀 승리가 먼저다. 어떤 역할이든 내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한편 도로공사는 28일 홈구장인 성남체육관에서 흥국생명과 다시 만난다. 흥국생명은 주포 바실레바가 세계선수권대회 유럽지역 예선전 때문에 국가대표팀에 차출돼 전력에서 빠졌다. 도로공사에게는 2라운드 맞대결서 패한 빚을 되갚을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조이뉴스24 /류한준기자 hantaeng@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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