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K리그에 사상 처음 실시된 승강제는 희망과 과제를 동시에 남겼다.
2013 K리그 히트상품 중 하나는 승강제의 실시였다. 지난해 상주 상무가 아시아축구연맹(AFC)이 요구하는 클럽라이선스 조건을 갖추지 못해 강제 강등되고 광주FC가 최하위로 2부리그 강등의 쓴맛을 봤지만 승격팀이 없는 불완전한 승강제였기에 긴장감을 주지는 못했다.
당초 승강제는 16개 구단 중 4개 구단을 강등해 챌린지(2부리그)를 구성하기로 했지만 자생력을 갖추지 못한 시도민구단의 반대로 크게 후퇴했다.
올해는 K리그 클래식(1부리그) 13~14위가 자동 강등, 12위가 챌린지(2부리그) 1위와 승강 플레이오프를 치러 생존 여부를 결정했다. 대구FC, 대전 시티즌이 13, 14위로 자동 강등되고 12위 강원FC도 챌린지 1위 상주에 밀리며 강등의 쓴맛을 봤다.
강등이라는 상상도 할 수 없는 결과를 피하고 싶었던 각 구단들은 선수 보강에 집중하며 공을 들였다. 많은 돈을 쓴 것은 아니지만 어떻게든 선수를 보강해 지지 않으려 애를 썼다.
한국프로축구연맹 관계자는 "상주가 클래식으로 승격한 것은 달리보면 챌린지로 강등된 기존의 세 팀에게도 경쟁력을 다시 갖추고 도전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던진 것으로 보면 될 것이다. 동시에 다른 챌린지 구단에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줬다"라고 승강제를 전반적으로 진단했다.
상주가 1부리그로 올라서면서 나머지 챌린지 팀 사이에서는 이번에 떨어진 세 팀을 이겨 올라갈 수 있다는 장밋빛 전망을 던졌다. 내년 시즌에도 경찰축구단의 전력이 좋아 올해처럼 챌린지에서 독주를 할 가능성이 있지만 2, 3등을 해도 승격 가능성이 있다는 점은 희망적이라 할 수 있다.
또, 경찰축구단이 법인화 완료 및 연고지 정착 등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것도 챌린지 구단들에는 희망을 안겨다주고 있다. 프로연맹은 경찰단이 1위를 해도 법인화 등 AFC가 요구하는 클럽 라이선스 조건을 갖추지 못하면 클래식 승격을 차순위로 승계하도록 했다.
챌린지 소속의 한 구단 관계자는 "내년에는 승격을 한 번 해보자는 분위기가 팀 내에 확산되어 있다. 선수들도 일찌감치 내년 시즌 준비에 들어간 이들이 많다"라고 전했다.
본격적인 승강제 실시는 매 라운드 살떨리는 승부를 연출했다. 최하위 대전은 강등이 결정되기 직전까지 시즌 막판 4연승을 거두며 쉽게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표현했다. 마지막 경기까지 선전하며 막판 5승1무의 호성적을 냈지만 경쟁팀들도 좀처럼 물러서지 않아 강등의 쓴맛을 보고 말았다.
짜릿한 승부가 거듭돼 막판 주목을 받기는 했지만 강등시 팀을 해체하거나 예산을 줄이겠다는 식의 말들이 거침없이 쏟아져 나온 것은 아쉬운 부분으로 꼽힌다. 유럽축구의 승강제를 지켜보면서 승강 제도에 대한 인식이 많이 확산됐다지만 국내 축구에서는 아직까지 완벽한 이해 및 정착이 되지 않은 상황이었던 것이다. 모 구단 사장은 "강등되면 지자체에서 해체를 각오하라고 했다"라는 말을 서슴없이 꺼내기도 했다.
해체 위기에 몰렸던 성남 일화가 성남 시민구단으로 전환된 데서 알 수 있듯 K리그에서 지자체의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다. 내년에는 지방선거까지 겹친다. 매년 선거가 있는 해에는 자치단체장의 당락에 따라 시도민구단의 사장 등 구단 고위직의 직위 유지나 예산 등이 영향을 받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12팀이 1부리그에서 경쟁하는 내년 승강제 경쟁은 올해보다 더 살벌해진다. 클래식은 33라운드까지 치른 뒤 상, 하위 스플릿으로 나눠 5경기로 우승과 승강을 결정한다. 단 5경기에 모든 운명이 결정된다는 점에서 마지막까지 긴장감은 커질 전망이다.
또, 챌린지 1위는 클래식에 직행하고 2~4위 팀이 플레이오프를 거쳐 승자를 가린 뒤 클래식 11위와 플레이오프로 승격을 가린다. 승격을 못하면 예산이 더 감축되는 챌린지 시도민구단들에게는 희망과 절망의 밧줄 중 어떤 것을 잡느냐에 따라 희비가 크게 엇갈릴 수밖에 없다.
조이뉴스24 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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