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의기자] 올 시즌 LG 트윈스의 선발진은 치열한 경쟁 체제를 맞을 것으로 보인다. 기존의 든든한 투수들에 새로운 피가 대폭 수혈됐기 때문이다.
그 중 한 명이 제주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입단한 신인 임지섭(19)이다. LG의 1차지명을 받고 계약금 2억5천만원에 입단 계약을 체결했다는 점에서 그에 대한 기대감이 어느 정도인지 드러난다.
임지섭이 자신의 이름 세 글자를 확실히 알린 것은 지난해 7월 열린 청룡기 고교선수권대회에서였다. 당시 임지섭은 울산공고와의 1회전 경기에서 9이닝 동안 무려 18개의 탈삼진을 기록하며 3안타 1실점 완투승을 거뒀다. 새로운 닥터K의 등장을 알린 경기였다.
청룡기 2회전 배명고와의 경기에서도 임지섭은 9이닝 16탈삼진 2실점 완투승을 거두며 1회전에서의 성적이 우연이 아님을 알렸다. 이어 9월에 대만에서 열린 세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에는 국가대표로 참가해 세계 최강 쿠바를 상대로 7이닝 2실점(1자책) 16탈삼진을 기록, 해외 스카우트들의 눈도장을 받았다. 그렇게 임지섭의 호투는 국내외를 가리지 않았다.
임지섭의 최대 장점은 좌완 투수로서 시속 150㎞가 넘는 강속구를 뿌린다는 점이다. 190㎝의 장신 오버핸드형 투수라 공이 미트에 꽂히는 각도도 예리하다. 여기에 커브, 슬라이더, 포크볼까지 다양한 구종을 던진다. 제구만 된다면 타자들이 쉽게 공략할 수 없는 스타일의 투수다.
당장 임지섭은 LG의 선발 경쟁에 뛰어들었다. 김기태 감독도 임지섭을 선발감으로 판단, 스프링캠프를 통해 다른 후보들과 경쟁을 붙이겠다는 입장이다. 구단의 미래를 책임질 자원인 만큼 관리도 철저하다. 김 감독은 지난 시즌 종료 후 실시된 마무리캠프 명단에 임지섭을 포함시키지 않았다. 고교 시절 많은 투구수를 기록해 훈련보다는 휴식이 필요하다고 봤기 때문이다.
최근 임지섭은 두 명의 전설적인 투수와 곧잘 비교되곤 한다. 한 명은 같은 팀 LG의 레전드 '야생마' 이상훈, 또 한 명은 한국 프로야구 출신 최초의 메이저리거 '괴물투수' 류현진(LA 다저스)이다. 강속구를 던지는 좌완 투수라는 점이 셋의 공통점이다.
이상훈은 고려대를 졸업하고 1993년 LG에 입단, 그해 9승(9패)을 거둔 후 1994년 18승(8패), 1995년 20승(5패)을 거두며 최고의 투수로 활약했다. 류현진은 동산고를 졸업하고 프로에 곧장 뛰어들어 2006년 신인왕과 MVP를 동시에 석권하는 괴력을 발휘했다. 이들과 마찬가지로 프로 데뷔 후 곧바로 자신의 기량을 발휘해야 하는 것이 임지섭에게 주어진 과제다.
정작 롤모델은 현재 팀 내에 있다. LG의 수호신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봉중근이다. 봉중근 역시 LG는 물론 한국을 대표하는 좌완투수다. 이미 임지섭은 지난해 말 있었던 재활캠프를 통해 봉중근에게 여러가지를 배웠다. 미국 애리조나, 일본 오키나와에서 열리는 스프링캠프는 봉중근으로부터 더욱 많은 노하우를 전수받을 수 있는 기회의 장이 될 전망이다.
물론 임지섭이 프로에서 고교시절만큼의 존재감을 발휘할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최근 프로야구에서는 신인들의 활약이 좀처럼 두드러지지 않고 있다. 프로야구 전체적인 수준의 발전으로 아마추어와의 기량 차이가 점차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11년 7억원의 계약금을 받고 '포스트 류현진'이라는 기대감 속에 한화에 입단한 유창식(22) 역시 아직 이렇다 할 결과물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임지섭의 활용 폭과 보직은 스프링캠프에서 정해진다. 임지섭은 "열심히 해서 선발 한 자리를 차지하는 것을 목표로 삼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LG에는 두 명의 외국인 투수(리즈, 리오단)에 류제국, 우규민, 신정락, 신재웅, 김광삼, 윤지웅 등 선발 후보들은 차고 넘친다. 확실한 믿음을 심어줘야 목표인 선발진에 포함될 수 있다.
일단 김기태 감독을 비롯한 LG 코칭스태프는 관심을 갖고 임지섭을 지켜보고 있다. 구단의 미래로 키워야하는 선수인 만큼 가능성을 보인다면 과감히 선발 한 자리를 내줄 수 있다. 과연 임지섭이 오랜만에 프로야구에 등장하는 '괴물 신인'이 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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