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용재기자] 대한민국-코스타리카의 평가전을 치르기 전 기자회견에서 한 외신기자는 홍명보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에게 이렇게 물었다. "한국은 FIFA 랭킹이 낮은데 어떻게 생각하는가?"
FIFA 랭킹 53위의 한국을 조금은 낮춰 보는 질문이었다. 한국은 2014 브라질 월드컵 본선 진출 팀 32개국 중 호주(56위)에 이어 두 번째로 랭킹이 낮다. FIFA 랭킹만 보고 팀을 평가했다면 충분히 그럴 수 있는 질문이었다. 은근히 한국보다 랭킹이 높은 코스타리카(32위)와의 경기에서 한국의 열세를 예상하는 의미도 담겨 있는 질문이었다.
그렇다면 역으로, "코스타리카는 한국보다 FIFA 랭킹이 높은데 어떻게 생각하는가?"라고 물어본다면? FIFA 랭킹이 절대적인 조건이었다면 코스타리카는 한국을 압도하며 승리를 거뒀어야 했다. 그런데 뚜껑을 열어보니 정 반대의 결과가 나왔다.
홍 감독의 대답이 정답이었다. 홍 감독은 "항상 랭킹대로 결과가 나오는 것이 아니다. 얼마나 준비하느냐에 따라 결과로 이어진다"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한국은 김신욱의 선제 결승골에 힙입어 코스타리카에 1-0 승리를 거뒀다.
한국과 코스타리카전은 누가 FIFA 랭킹 32위인지 53위인지 혼돈을 주는 경기였다. 한국은 경기 내내 코스타리카를 압도했다. 공격과 중원, 게다가 수비까지 한국은 한 수가 아닌, 두세 수 위의 경기력을 선보였다. 코스타리카는 무기력했고, 그들이 야심차게 할 수 있었던 것은 슈팅이 없는 공격, 패스 미스, 그리고 거친 파울 뿐이었다.
32위가 53위에게 실력으로 되지 않으니 고의적인, 그것도 아주 위험한 파울로 일관했다. FIFA 랭킹 32위까지 어떻게 올라갔는지 의심이 드는 장면이다. 한국전의 수준만 놓고 봤을 때는 코스타리카는 100위권 밖의 팀으로 생각할 수밖에 없다. 핵심 유럽파가 빠졌다고는 하지만 한국 역시 마찬가지 상황이었고, 코스타리카의 수준은 낮아도 너무 낮았다.
후반 22분 메네세스가 이용에게 극악한 파울을 시도해 퇴장을 당했고, 고의적인 파울을 일삼던 카스티요는 후반 40분 경고 누적으로 퇴장을 당했다. 세계 랭킹 32위의 수준이 이 정도였다. 생각 없이 파울만 저지르다 2명이 퇴장당하는 모습을 선보였다. 코스타리카는 이전 경기에서 칠레에 0-4 대패를 당한 후였지만, 이기려는 의지도, 전술도, 생각도 없어 보였다.
코스타리카의 수준 낮은 플레이에 오히려 한국이 손해를 입었다. 한국은 승리보다 냉정한 평가와 실험을 위한 무대였다. 국내파 위주의 대표팀을 꾸려 브라질 전지훈련을 실시한 성과를 점검하고, 월드컵 본선에 출전할 수 있는 경쟁력 있는 선수를 고르기 위한 경기였다. 그런데 코스타리카의 졸전으로 인해 제대로 된 평가와 실험을 할 수 없었다.
상대가 2명이 퇴장 당한 상황에서 무슨 실험을 할 수 있겠는가. 본선에서 이런 상황이 나오면 물론 반갑겠지만 이번 경기는 승리보다 내부 경쟁이 더욱 중요했던 경기였다. 코스타리카의 막무가내 축구로 인해 한국은 소중한 90분을 잃었다. 또 그들의 거친 파울로 인해 한국 선수들이 부상을 당할 위험도 여러 번 겪었다.
앞으로 코스타리카와 같은 수준 낮은(?) 팀들과의 평가전은 피하는 것이 좋겠다. 소득 없이 해만 입힐 뿐이다. FIFA 랭킹의 높고 낮음을 떠나서 최소한 상대에 대한 예의와 배려, 승리하려는 의지를 가진 팀과 만나야 한다.
코스타리카로 인해 한국은 오는 30일 멕시코, 2월2일 미국과의 평가전에 더 큰 기대를 해야 한다. 한국이 원하는 경기를 해야 한다. 멕시코와 미국은 코스타리카와는 다른 상대임에 틀림없다. 이들은 훨씬 수준 높은 팀이다. 한국이 원하는 소득을 얻기 위해 최선을 다할 수 있는 팀들이다. 월드컵 본선에 갈 수 있는 국내파 선수들은 제대로 된 두 경기를 통해 가려질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FIFA 랭킹이 한국보다 훨씬 높은 코스타리카의 월드컵 본선 경쟁력은 어떨까. 코스타리카는 D조에 속해 있다. D조에는 우루과이(6위), 이탈리아(7위), 잉글랜드(13위)가 버티고 있다. FIFA 랭킹이 진리라면 코스타리카의 16강 진출 가능성은 0%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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