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용재기자] 홍명보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이 '판도라 상자' 앞에 섰다. 그리고 상자 뚜껑을 손에 잡았다. 홍 감독은 이 상자를 열 것인가, 아니면 열지 않을 것인가.
그 판도라 상자 안에는 박주영(왓포드)이 이름이 담겨 있다. 홍 감독이 상자를 열면 박주영이 다시 국가대표팀으로 돌아와 2014 브라질 월드컵 출전 가능성이 열리는 것이고, 열지 않는다면 박주영의 브라질 월드컵 엔트리 포함은 사실상 힘들어진다.
오는 3월6일(이하 한국시간) 그리스 아테네에서 열리는 한국-그리스의 친선경기. 이 경기를 위해 차출되는 대표선수가 브라질 월드컵으로 갈 확률이 높다. 이번 평가전이 월드컵 최종엔트리를 확정하기 전 마지막 평가전이다. 홍 감독이 그리스전에 최정예 멤버를 가동한다고 한 이유다. 이번 대표팀 명단에 포함된다면 월드컵 출전 가능성이 있는 것이고, 제외된다면 월드컵 기회는 없는 것이나 다름없다.
그동안 뜨거운 논란을 낳았던 박주영의 대표팀 발탁 여부도 이번 그리스전 명단 발표로 인해 종지부를 찍을 수 있다. 박주영이 발탁돼도, 발탁되지 않아도 박주영 논란을 끝낼 수 있다. 홍 감독의 선택에 이목이 집중되는 이유다.
박주영 대표 발탁은 '득'과 '실'이 동시에 존재한다. 그렇기에 지금까지 뜨거운 논란거리가 된 것이다.
득이라 하면 홍명보호 최전방 공격수 부진을 해소할 수 있는 대안이 등장한다는 것이다. 박주영이라는 이름이 갖고 있는 무게감은 대표팀에 힘이 될 수 있다. 유럽에서의 경험, 큰 무대에서의 경쟁력은 이미 검증이 된 박주영이다.
또 월드컵 경험이 풍부한 베테랑 박주영이다. 박주영은 2006년 독일월드컵, 2010 남아공월드컵 등 2회 연속 월드컵 본선 무대를 밟았다. 현재의 젊은 대표팀에 박주영의 월드컵 경험이 녹아들 가능성이 크다. 베테랑이 부족한 대표팀에 박주영이 실질적인 리더 역할을 할 수 있다.
실 또한 있다. 2011년 여름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아스널로 이적한 후 소속팀에서 지금까지 그 어떤 강렬한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박주영이기에, 대표팀 자격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 아스널에서 전력 외 평가를 받았고, 지난 겨울 이적시장 막판 극적으로 왓포드로 옮겼지만, 왓포드에서도 아직은 벤치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대표팀은 현재 최고의 기량을 가진 선수를 발탁하는 것이 대전제인데 박주영이 선발된다면 과거에 집착한 발탁이 된다. 그동안 월드컵 출전을 목표로 최선을 다해 땀을 흘린 누군가가 박주영에게 한 자리를 내줘야 하는 상황이 빚어지게 된다.
홍명보 감독 역시 부담감이 있다. 그동안 소속팀 경기에 나서지 못하는 선수를 선발하지 않겠다는 스스로의 원칙을 깨야 하기 때문이다. 이 원칙을 깨고 박주영을 발탁한다면 '박주영 감싸기'로 비춰질 수도 있다.
어려운 결정을 내려야 하지만 선택은 전적으로 홍 감독의 몫이다. 판도라 상자 뚜껑을 쥔 홍 감독이 선택해야 할 일이다. 오는 19일 홍 감독은 그리스전에 나설 대표팀 명단을 발표한다. 중요한 것은 그 상자를 열든, 닫든 더 이상은 박주영 논란이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선택을 홍 감독이 책임져야 한다는 것이다. 책임 없는 선택은 없다.
조이뉴스24 최용재기자 indig80@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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