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포를란! 포를란!"
포항 스틸러스의 홈구장 포항 스틸야드에 우루과이 국가대표 디에고 포를란(35, 세레소 오사카)을 응원하는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포를란의 동작 하나하나에 탄성과 박수가 끊이지 않았다.
25일 포항 스틸야드에서 포항-세레소 오사카의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E조 예선 1차전이 열렸다. 지난해 9월 잔디 보수 공사로 인해 포항종합운동장으로 옮겨 경기를 치러야 했던 포항은 6개월 만에 전용 홈구장으로 복귀했다. 아직 겨울철 날씨라 잔디가 완벽하게 양생되지 않았지만 그래도 쩍쩍 갈라졌던 이전보다는 그라운드 상태가 훨씬 나아졌다.
올 시즌 정규리그, 챔피언스리그, FA컵을 포함해 포항의 첫 공식 경기라는 점에서 의미가 컸다. 포항 구단 관계자는 "오랜만에 홈 구장으로 복귀하니 기분이 좋다. 첫 경기에서 이겼으면 좋겠다"라고 웃었다.
그러나 이날 경기는 오히려 포항의 원정 경기 느낌으로 진행됐다. 다름아닌 세레소의 포를란 때문이다. 포를란은 지난 10일 세레소에 420만 유로(약 62억원)의 연봉을 받고 전격 입단했다.
포를란은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득점왕 두 차례, 2010 남아공월드컵 본선 MVP에 선정되는 등 세계 정상급 기량을 보유한 공격수다. 새로운 도전을 꿈꿨고 일본으로 진출해 세레소를 선택했다.
스타 기근에 시달리던 J리그는 포를란 입단으로 분위기가 달라졌다. 세레소가 우승 후보로 떠오르는 등 포를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그의 입단식은 이례적으로 일본 전국에 생중계 되기도 했다. 세레소의 시즌권도 전년 대비 50% 이상 많이 팔린 것으로 알려졌다. 주주들에게 배정하는 좌석은 이미 매진됐다. 스타 한 명 영입이 세레소는 물론 J리그를 흔들고 있는 것이다. 투자는커녕 돈이 없다며 선수를 내치고 있는 포항 등 K리그 구단들의 행보와는 대비되는 부분이다.
포를란의 위력은 이날 경기 일본 취재진과 원정 응원 팬으로도 알 수 있었다. 일본에서만 30명이 넘는 취재진이 방한해 전날 공식 기자회견부터 취재에 열을 올렸다. 지난해 산프레체 히로시마나 2012년 감바 오사카가 원정 왔을 당시에는 10여명 정도가 포항을 찾았을 뿐이었다. 스폰서 얀마(YANMAR)의 회장이 직접 일본에서 넘어오자 국내 직원들까지 포항으로 내려오는 등 적극성을 보였다.
세레소의 원정 팬들도 1천여명이나 포항을 찾았다. 일본 현지는 물론 부산, 경남, 경북 등에 거주하는 일본인들도 다수 몰려왔다. 당초 2천명이 올 것이라 했지만 그나마 줄어든 규모였다. 포항 서포터와 비슷한 규모였다. 이들의 응원 소리가 커지자 포항을 응원하는 해병대가 거친 박수와 함성으로 맞서는 등 응원전 열기가 달궈졌다.
흰색 머리띠를 한 포를란은 선발 출전하지 않고 대기 명단에 있었지만 몸을 풀 때마다 세레소 팬들의 응원이 계속됐다. 포를란을 위한 응원이 따로 있을 정도였다. 하프타임 때도 마찬가지였다. 포를란이 연습 슈팅을 하면 박수가 나왔다.
후반 15분 드디어 포를란이 등장했다. 포를란이 교체 투입되자 포항 팬들은 야유를 퍼부으며 환영(?)했다. 그가 처진 공격수로 나서면서 경기 분위기는 후끈 달아올랐다. 포를란이 볼을 잡으면 자동으로 포항 홈팬들의 야유가 나왔다. 모든 관심이 포를란에게 집중된 듯했다. 부담감이 컸는지 포를란은 투입된 지 볼도 제대로 못 잡아보다 10분 만에야 볼 터치를 하는 등 제 플레이를 펼치지는 못했다. 이후에도 포항 수비진에 꽁꽁 묶이면서 별다른 소득 없이 경기는 끝났고, 두 팀은 1-1 무승부를 기록했다.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